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zebra 1
브루노 무나리 글.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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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어요. 읽는 내내. 디자이너라 가능했을까요, 이런 책의 구조와 책의 기능에 대한 실험은. 플롯을 정교하게 짜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재미가 있는 책이에요.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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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 화훼영모.사군자화,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1
백인산 지음 / 다섯수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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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만든 책. 도판도 시원스럽지만 글이 좋음. 전문가가 쓴, 진지하고 단호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글. 품격 있는 책.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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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자연과 만나요 - 우리 동네 자연 이야기 녹색손 자연 그림책 1
임종길 글.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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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안 잡히거나 일이 바로 잡히지 않을 때,

조금은 감상에 그냥 젖어 있고 싶을 때,

일을 잠시 미루고 내가 보았던 책의 서평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무언가 센치하다.

할 일은 무지 쌓여 있음에도, 억지로 벗어나려 하는 게 참 싫어 리뷰 화면을 클릭했다.

 

나는 많은 것을 여행에서 처음 경험해 보았다. 여행은 몇 번 한 것도 아니지만, 그만큼 기존의 내 경험이 적었던 거다. 다행이 해외배낭여행이라는 기회가 내게는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주었고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준 셈이다. 그러면서 역으로 내가 사는 장소에서도 이야기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공기, 바람, 계절, 건축물, 풀, 길 모퉁이 의자, 같은 길에서 같은 풀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웃음과 감탄사로 살짝 공유하는 기쁨 같은 것을, 나는 여행지에서 배웠다. 계절이 변화하는 건 계절이 변화는 것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시간이 흐르는 것일 뿐이다. 꽃이 피면 지면 그만인 거고. 그러나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 거다. 연두색 여린 잎을 보니 봄이 오는 모습에 기대가 된다. 꽃이 피니, 향이 퍼지니, 마음이 설레인다. 비가 계속 오는 건 지겨운데, 비 오기 전의 냄새를 감지하는 건 꽤 근사하다. 내가 그동안 체득한 경험인 거 같아, 내 머리가 생각하고 결론내기 전에, 냄새와 바람의 온도가 나를 이끈다.

 

그 많은 이야기와 느낌은 멀리에서 찾는 게 아니다. 동네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것, 시외로 나가지 않아도, 시골 마을을 찾아가지 않아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소꿉놀이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바라본다. 겨울. 나무에는 작고 뾰족한 눈들이 달렸다. 생물시간이 그리 많이 배웠지만 그건 내가 실제로 볼 순간을 위한 지식이었나 보다. 교실에서 배웠던 짧은 지식이 비로소 진짜 체험이 되어 내게 온다. 봄. 노루귀가 피었단다. 처음에는 할미꽃인가 하였다. 꽃다지도 피었다. 벚꽃과 목련, 떨어진 보송보송한 꽃눈.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들.

 

큼직한 풍경 그림과 조그마한 작은 생물들을 보았다. 어떤 건 실제로 보면 나도 모르게 "으악~"하겠지. 어떤 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고 싶어하겠지. 그러다 따뜻한 볕에 등에 익는 게 좋아 꽃을 보는 척 가만 앉아 있기도 하겠지. 지나가던 꼬마가 내 옆에 앉는 작은 에피소드가 일어날 수도 있고 어떤 새가 날아가다 내 손에 든 빵을 먹겠다고 채는 일도 생기겠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이야기가 되는 동네와 자연을 보여 주고 있는 거다. 이 책은. 계절마다의 풍경, 그 계절에 주로 볼 수 있는 식물들을 보여 주는 것도 좋고, 그 아래 각 월에 대해 설명해 주니 한결 정리가 되었다. 혼자 하는 관찰이, 독자가 혼자 나설 수 있어 편하고 고즈넉한 맛은 있으나 자칫 쓸쓸할 수도 있을 텐데, 작가가 맨 마지막에 논 이야기를 넣어 주니, 제법 풍성한 마을 풍경이 연상된다. 이런 거다, 동네에서 만들어가야 하는 이야기란. 그대로 즐기고 함께 즐기는 것. 이야기에 집착하는 나를 보았다. 모든 게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나를 풍성하게 만드는 거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는, 서로 풍성해질 수 있는 거다.

 

진함과 여림, 강함과 담담함, 큼직함과 소소함을 생각해 본다. 누가 더 이기고 말 것은 아니지만, 진하고 강하고 큼직한 것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로가 다 아우성치는 가운데, 담담하게 스스로 즐기는 책을 만나노라면, 나는 그 책에 마음이 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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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파스타 - 남자, 면으로 요리를 깨치다
권은중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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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큰숲 작은 집>은 나한테 무척 매력적이었어. 그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었어도 그 책 속, 버터를 만들던 장면, 사냥감을 훈제하여 햄으로 만들고 다락방에 저장하는 과정을 읽던 느낌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좋았어. 낭만적이었어. 그리고 음식 이야기를 생각하며 그 이유 하나를 더 알아냈어. 바로 디테일함이야. 음식 이야기는 무척이나 디테일할 수가 있어.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음식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과정도 그렇고 한 끼의 식사를 식탁에 차리기 위해 조리대에 올려야 하는 식재료들 하나하나도 그래.

 

파스타 요리법이 주구장창 소개된 이 책, 요리법만 알려 주는 책은 아니다. 요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글쓴이의 에세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기자 남자가 쓴 요리 에세이. 면 하나를 놓고도 다방면으로 뻗어나가는 생각들을 담았다. 식재료를 찾고 조리법을 시도하고 요리를 만들어 내고 손님들과 즐긴다. 레시피는 꼭 정리해 준다. 팁과 함께. 제목처럼, 파스타 만들기를 독학하고 부제처럼 파스타를 만들면서 요리를 알게 되었단다. 맛과 영양의 조화를 터득했단다. 그래서일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삶이 요리와 함께 풍부해지는 느낌은. 글쓴이가 손님들에 맞추어 파스타와 샐러드를 준비하고 함께 식사하고 식재료를 손으로 만지고 다듬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그처럼 나와 식사를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파스타를 모으고 설명한다. 1장에서 기본적으로 올리오 알리오, 봉골레, 크림소스와 까르보나라 등을 설명한다. 2장은 여심을 사로잡는 파스타라 하여 고르곤졸라와 아라비아따 등을 소개한다. 보면서, ‘아, 여심은 이렇게 잡히는구나.’ 하였다. 3장은 식구들이 좋아할 친근한 맛의 파스타, 4장은 아저씨들을 위한 파스타, 5장은 궁극의 파스타라는 주제로, 6장은 파스타 손님상을 안내한다. 곁들여 좋은 주류와 함께. 

 

자세하게, 맛깔나게. 그래서 어떤 건 목구멍으로 미끈거리는 면 가닥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느낌이 생생하다. 나는 식당에서 알리오 올리오를 자주 주문했는데, 뜻이나 조리법을 알아서는 아니고 발음이 재미있어서였다. 까르보나라를 안 먹은 지 꽤 되었는데, 그건 글쓴이처럼, 처음 맛은 황홀하되 먹을수록 견딜 수 없었던 느끼함 때문이었다. 재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았다. 읽으면서 어디서 들어봤음직한, 그러니까 빵꾸난 지식 영역들을 메꾸어 줄  ‘그게 그런 거였구나.’ 하는 정보와 이야기들이 꽤 있었다. 국수를 좋아해서 그런지 드문드문 칼국수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반갑고, 와인 얘기도 재미있었다. 제일 먹고 싶은 건 치아바타와 포카치아였고 알리오 올리오는 제일 하고 싶은 파스타였다. 그보다 더 먹고 싶은 건 고량주였고 책을 읽은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마시게 되었다. 스카브로 페어 얘기도 재미있었다. 노래 가사에서 파슬리, 로즈메리 등장하는 게 조금 의아했지만 그게 장날 노래인 줄은 몰랐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에서, 청량한 멜로디에서 시장이 숨어 있는지 어떻게 알았겠어. 이 생각 저 생각 녹아든 것이 딱 에세이, 그래서 책을 읽다 ‘이거 해 먹고 싶다’는 생각만큼 손으로 식재료를 만지고 냄비에 익히고 먹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거다. 다채로운 재료와 재료를 다듬는 과정이, 그리고 손님을 초대하고 그들의 성향에 맞추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보기 좋아, 내게도 그 기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장을 보러 가고 다 똑같을 버섯과 양파 앞에서 심사숙고하여 고르고 손으로 양상추를 찢고 칼등으로 마늘을 찧고 스파게티 면을 뚝뚝 분질러 냄비에 넣어 삶고 간장과 식초로 만든 새콤한 소스는 소면에 비벼 내 놓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노련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내게 맛있는 것을 해 주었던 이들과의 식사를 떠올린다.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심심한 마카로니 볶음과 남은 것으로 다음날 해 먹던 여전히 심심한 마카로니 달걀 부침, 정원에서 나누던 여름날의 근사한 점심, 러스크와 냄비에 끓인 까페 오 레의 소박한 아침 식사, 진한 고기 스튜와 주말의 오붓한 브런치,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난 게으름뱅이에게 만들어 준 샌드위치, 월남쌈, 친구가 만든 이상하지만 환장했던 무김치, 준비는 같이 하고 먹기는 나 혼자 했던 닭고기 요리, 크레페 준다던 친구 믿고 오후 네 시까지 쫄쫄 굶던 기억. 그러다 겨우 먹은 꿀 바른 크레페 한 장 따위. 그래도 우린 무어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끊임없이 깔깔 웃었다. 실없는 농담에, 울면서 웃어 댔다. 손님이 되고 손님을 대접하던 식사의 기억은, 두고두고 떠올라 얼어붙을 것 같던 내 심장에 피를 돌게 했다. 그 식사의 따스함은. 음식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던 기억은.

 

행복, 희망 그런 추상적이고 좋기만 한 단어들이, 그리고 너무 변하기 쉬워 약해빠진 말들이 얄밉다. 좋은 단어들이라 맘 놓고 싫다는 말도 못한다. 그에 반해 요리는 구체적으로 해낼 무엇이었다. 손으로 만지고 가스불을 조절하고 도구들을 꺼내어 사용하며 끊임없이 나에 대한 위로와 즐거움을 찾던 시간 그리고 접시에 담겨지는 무언가, 내게 요리는 그런 디테일과 묵묵함과 책임의 과정이고 결과였다. 내가 만든 건 맛없어도 맛있었고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맛있었다. 하나도 안 추상적이어서 사랑스러울 수밖에. 내가 집어넣는 대로 반응해 주니 내가 책임져줄 수밖에. 그리고 뭣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내가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 것 중 하나가 파스타이니, 예뻐하고 또 해 먹을 수밖에. 파스타나 파스타와 관련된 재료들은 내게도 용케 좋은 기억을 많이 주었다. 즐거웠다. 파스타 책도, 식사 이야기도, 냉장고 뒤지다 발견한 근대를 넣고 해 먹은 이 저녁의 파스타도(아욱이었나), 파스타 이야기에서 시작된 나의 음식 이야기를 주욱 떠올려 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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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과학
토머스 루이스 외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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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읽고 싶어 서점 달려가 샀던 책. 모호한 것을 객관적으로 밝힌다. 오류와 감상에 젖어 허우적대지 않도록 돕는 책. 신기하고 고마웠던 책. 내 감정의 정체가 허망하지만은 않다고 밝혀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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