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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 글로벌 엘리트들에게 혼나면서 배운 성공 일습관
김무귀 지음, 장은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재미있어요. 자기계발서이고,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쓴 책이고 일본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였으며 일본 경제경영서 대상을 받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거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재미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공들여 읽게 되는 책이었어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31/pimg_7140041231706491.jpg)
이 책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면, 저자 김무귀가 일류 비즈니스맨들과 일을 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느끼고 얻은 일머리 법칙을 정리한 책입니다. 물론 저자도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외국계 금융, 컨설팅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자신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스토리가 아니라 자신이 본 글로벌 엘리트들은 어떠했는지를 알려 주고 있지요.
장점이 많은 책인데, 저한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유머였어요. 저자는 삶과 일에 기본적으로 유머를 부릴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매 주제마다 제목 아래에 저자 김무귀가 비즈니스 리더에게 들은 말을 인용해 놓은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재미있어요. 생동감과 현장감도 주고요. 예를 들면, 상사가 했던 말인 “무귀도 무리해서 《파이낸셜 타임스》를 읽을 필요는 없어. 내가 옆에 없으면 어차피 웹툰이나 보고 있을 거잖아.”, “그 구두 말이야. 슈트와 영 어울리지 않으니 제대로 된 슈트용 구두로 바꾸는 게 좋겠어. 그리고 셔츠 주름이 눈에 띄니까 당장 세탁소에 다림질 맡겨.”(선배가 이렇게 말하자 무귀 군은 ‘이 정도가 뭐 어때서?’하고 반발했다지요. 속으로.) 등이 있고요, 강연에서 들은 말, 친구와 대화 중에 나온 말도 이런 식으로 소개하지요.
저자는 세련된 일류 비즈니스맨의 모델은 그가 함께했던 상사, 리더, 동료에게 맡기고 그는 일머리 법칙이 절실히 필요한 나처럼 아직 덜 성장한 캐릭터를 자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더 친근하고 현실감이 있어요. 일부러 웃기거나 극적인 효과 주려고 요란 떨지 않는데도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비즈니스 활극 같다고 생각했어요. 글도 쉽고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놔서 그런지 자기계발서 특유의 ‘must’를 강조한다는 느낌은 안 들면서 저자의 말에 집중하게 해요.
자꾸 말하지만, 김무귀라는 저자가 매력 있어요. 읽다가 저자가 궁금해져서 저자 정보를 여러 번 들춰봤어요. 1977년생 제일교포. 엘리트 코스로 교육을 받았고 여러 회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 일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호평 받는 비즈니스 작가입니다. 성공하는 습관을 정리한 책을 썼지만, 사회의 성공 요소나 타인의 기준에 구속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지요. 그 부분에서 독자인 제 마음도 더 편하게 열렸고요. 저자의 생각을 알기 위해 일머리 법칙 마지막 주제를 먼저 보고 갈게요.
일머리 법칙 5의 주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아실현 – 자신을 알아야 자기다운 인생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바탕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근대교육의 프로그램은 근본적인 사상부터가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니다. 근대국가가 군인과 관료, 우수한 샐러리맨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을 늘리고 자아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로부터 자신을 자유럽게 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여 추구하기 바란다.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 한 ‘자아실현’은 절대 이룰 수 없다.(284쪽)"
처음에는 이 책이 내가 받은 교육 시스템-자본주의, 국가나 사회라는 체계-에 부합하고 그 속에서 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써 놓은 책이려니 했습니다. 물론 그 목적에 잘 맞는 책이에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자는 사회적 성공이 하나의 패턴이 되지 않아도 됨을 알며 궁극적으로 독자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게 되기를 목표로 합니다.
성공 방식, 또는 행복의 기준은 공교육 체계나 그 사회에서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되는데, 한국 사회와 일본 사회에서는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유독 타인과 사회 전체적 가치에 좌우된다고 하지요. 그리고 이 두 나라 젊은이들의 불행지수는 경제적으로 덜 풍요로운 나라보다 더 높습니다. 이 속에 묻혀 있다면 자기의 행복과 성공의 기준을 타인과 사회에 맞추기 십상이지만, 용케 저자는 인시아드 출신 친구들이 탁월한 재능으로, 최고의 엘리트 교육 코스를 밟았음에도 하나의 패턴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았습니다. 각자 이루게 될 미래는 너무도 다양하며, 이 책은 그것을 탄탄하게 뒷받침할 삶의 태도, 업무의 디테일한 습관을 정리한 것이지요.
책에서는 다섯 가지의 일머리 법칙과 그에 따른 구체적 습관을 약 열다섯 개씩 제시합니다. 일머리 법칙 다섯 가지는 이렇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 - 숨겨진 비법보다 이미 알고 있는 기본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엄격한 자기 관리 - 사소한 습관이 성과를 좌우한다
이기는 마음가짐 - 자신의 일에 주체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사람을 향한 리더십 - 사람들이 따르는 리더는 이것이 다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아실현 - 자신을 알아야 자기다운 인생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
저자는 일꾼으로서의 성장도에 따라 먼저 보면 좋을 부분을 알려 주는데, 저는 경력이 있는데도 첫 법칙인 ‘기본 중의 기본’부터 도움이 되더군요. ‘이기는 마음가짐’에서는 기업가 정신으로서 행동력, 주체성을 강조하고 상황을 만들어내라고 합니다. 진로 때문에 무척 고민하고 있고 제가 늘 같은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를 못하는 것을 알기에 ‘이기는 마음가짐’ 부분은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습니다. 또 읽고 읽어서 그의 조언에 도움을 받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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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일머리 법칙인 ‘사람을 향한 리더십’에는 상사의 태도를 중심으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단호하게 알려주는데 반대로 부하직원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요새 제가 하는 짓을 돌아보며 나름 반성하고 나름 내 변명을 하며 읽은 챕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일머리 법칙은 앞에 말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아실현’입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커리어 고민은 어차피 인생의 과정이라는데 그렇게 말해 주니 차라리 속이 편합니다.
읽기 전에 이 책이 긍정적 삶의 태도, 자신감이 생기게 한다는 말을 봤습니다. 설마 그럴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자기계발서에 긍정적 치유나 상승 효과까지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의 말에 집중하며 진로와 이직 때문에 암담한 상태에서 숨통이 조금은 트였답니다. 그럴수록 더 공들여 읽으며 저자의 생각을 흡수하려 애썼습니다.
여기에 책의 내용을 더 써도 좋겠지만 목차나 출판사 책 소개에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저는 저자와 이 책의 바탕이 되는 생각에 더 주목을 했습니다. 자기계발서에서 저자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느끼거나 저자에게 매력을 느낀 적은 없었기에 그러고 싶었습니다. 일머리 법칙이 유용한 것은 물론이요, 제게는 김무귀란 저자의 매력, 유머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남아 있답니다. 서두에서 저자가 어떤 문제 의식으로, 누구에게, 어떤 특징으로 정리했는지를 말해 주는데, 여기에서부터 설득력이 있습니다. 책의 소개이자 그가 생각하는 방식, 논리 구조, 그러니까 한 편의 프리젠테이션 혹은 제안서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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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77번째 마무리 칼럼의 제목은 “이류인 나는 일류인 여러분을 하나로 잇고 싶다”입니다. 이 제목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일류일 것입니다. 그러나 책에서 스스로 일류임을 드러내지는 않아요. 그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영감을 받은 내용, 그들과 함께하며 배운 사소하고도 중요한 것들을 썼지요. 몇몇 인용문과 에피소드만 봐도 책에 나오는 내용이 꼭 김무귀, 그에게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몸 관리를 하라고 했지만 김무귀 씨는 놀이기구에 안전벨트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몸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약속 시간을 꼭 지키라고 했지만 김무귀 씨는 중요한 회의에 두 시간이나 늦은 적이 있지요. 그는 비즈니스 리더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역할이며 동시에 직업은 다르더라도 매일 직장에서 실수하고 성장하는 우리 자신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물론 산전수전, 실수, 성공을 겪으며 지금은 꽤 성장하고 성숙한 일꾼이지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이류’라고 했지만 그가 이류인지, 일류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체적인 비즈니스맨이며 유머 있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보여 주는 여유를 갖추었으니, 이류니, 일류니, 말의 등급이 그에게는 별 필요가 없지요.
예전에 동료들과 ‘성장’을 주제로 책을 찾는데 한 명이 말을 꺼냈다. “성장이 주제가 아닌 책이 어딨어?” 10년도 더 전에 들은 말인데 아직도 기억합니다. 맞는 말이라고 여러 번 생각했으니까요.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을 보면서는 생각했습니다. 자기계발서 아닌 책이 어디 있을까. 내가 관심 없는 책, 안 읽혀서 안 읽는 책은 있지만 일단 읽었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 책이 있을까. 그게 성장이고 계발 아닐까. 저는 이 책을 책상에 두고 여러 번 더 보고 또 보려고요. 내용을 완전히 숙지해서 내 생각이 되고 내 습관이 될 때까지. 그게 현실에서 만족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