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행복해지는 이야기 - 양동이 아줌마가 들려주는 열린어린이 그림책 24
캐롤 맥클라우드 글, 데이비드 메싱 그림, 이상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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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상투성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늘상 행복, 행복거리는가.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인터넷에서, 책에서, 신문에서, 아... 그리고 그 약하디 약한 속성 - 어찌나 변덕이 심한지. 행복이란 것. 약하디 약한 속성은 역으로 그것을 잡으라고 하는 상투성과 결합하여 또다시 거부감을 일으킨다. 행복이 참 좋은 감정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자연스러운 감정 흐름을 놓아두거나 기다릴 줄 모르고 자꾸만 행복이란 말을 강요하는 매체가 지겹다.

 

행복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을 뿐, 행복감이란 감정 상태를 거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행복이란 말을 쓰지 않아도 우리의 좋음을 표현할 말은 많다. '기분 좋다, 포근하다, 아늑하다, 안온하다,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 언제가 그럴까. 아늑한 집, 식구들이랑 마주 앉아 실없는 농담할 때, 친하지 않으나 호감 가던 어떤 사람을 긴장감 풀고 놓고 오래 바라보게 된 순간, 와인 마시고 몸에 따뜻한 기운이 올라 별일도 아닌 것에 까르르르 웃을 때, 이럴 때는, 솔직히 말하면, 행복이란 말을 쓸 수 밖에 없다. 그 말이 제일 잘 어울린다. 

 

참 좋다. 그 느낌들. 행복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서두부터 불만을 터트렸지만,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고른 이유이다. 행복감이라는 충만한 느낌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은 행복감이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알려 주는 데서 가치가 돋보였다. 마음속에는 양동이가 있는데, 그 양동이를 채우고 퍼내고 우리는 행복해지기도 하고 슬프거나 불쾌해지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양동이는 마음 그 자체를 말하겠으나, 양동이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상징화시켜, 사람의 마음이 충만해지거나 결핍되는 과정을 스스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거다.

 

이 책의 남다른 점은, 행복이 자기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을 감상하고 스스로의 취미를 즐기며 행복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양동이 아줌마가 들려주는 행복해지는 방법이란 상호적이다. 상대를 도와주고 상대에게 친절하게 해 주면서 상대에게 힘이 되어 주라는 거다. 그러면 상대의 기분도 좋아지지만 내 기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누가 길을 물었을 때, 친절하게 대답해 주면 그에게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내 기분도 괜찮다. 어린이들이라면 자기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이 더 확실히 들 것이다. 사회에서 어린이가 만나는 사람들과 어린이의 역할은, 어른에 비해서는 제한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과 그로 인한 느낌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 건강하고 안정되게 하리라고 믿는다. 양동이 아줌마의 말대로, 자부심과 자긍심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것을 마음에 심는 과정이리라.

 

그림이 아주 예쁜 책은 아니지만, 명확하고 내용도 간결하여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책표지를 넘기면 예쁜 그림과 글이 가득하다. 예쁘다. 알록달록 삐뚤빼뚤한 그림들. 어린이 솜씨방 같은데, 간혹 할머니 독자도 눈에 띈다. ㅎ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면지에 가득한 글 그림을 읽으며 양동이 채우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더 확실히 알아갔다. 그리고 읽으면서 몇 번이고 한 생각. 왜 자꾸 아이들한테만 마음을 넓히라고 하지, 어른들은 아니 되면서. 이런 마음 공부는 어린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간단한 이야기라고 자기 이야기 아니라도 던져 주지 말고, 어른들도 보고 앞서서, 아니 동시에라도 아이와 같이 해 나가면 좋겠다.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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