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말들 -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서점에서 배웠다 문장 시리즈
윤성근 지음 / 유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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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경험인데읽고 나서 뭐, 이런 요물이 다 있지, 이런 생각이 든 책이다.

 

몇 년 전에 유유에서 나오고 독자들을 강타한 글쓰기 책을 읽었다. 워낙 평판이 좋았다. 그 책이, 글에서 멀어지는 내게 힘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책을 읽으며 갈증은 더 심해졌다. 나는 지금이 짧은 글이 적합한 시대라는 말에 수긍하면서도 짧은 글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글이 짧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편집이 아닌 까페에서 일하며 돈을 버느라 글과 가까이할 시간이 더 없어졌음에도, 나는 꾸역꾸역 긴 글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 책, 서점의 말들을 봤을 때. 많이 놀랐다. 유유의 작은 책 시리즈답게, 구성은 짤막짤막한 100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다. 내용에서 지은이가 공들여 자신의 10년 책방 경험과 생각을 꼼꼼하게 담아냈음은 당연하고, 구성에서 나름의 장치와 다양한 변주를 부려서 그 내용이 더 입체적으로 읽힌다. 작가에게 있는 아이디어, 문학성을 발휘하여 실용서일 법한 책을 인문 에세이로, 평면적 에세이일 법할 책을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인스턴트식 작은 책이 아니라 요물.

 

서점 관련한 인용 문구도 다채롭고 새롭다. , 서점이 언급된 문구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문구가 종합되었다. 사람에 대한 궁리, 책방 주인으로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점이 좋았다. 당연히 서점이란, 책이란, 사람의 일이고 사람의 문제 아닌가. 여기에 문구 34, 87쪽처럼, 본인 책방의 변화를 위트 있게 넣기도 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말이 많다며 그도 횡성수설 하는 페이지에서는 책 많이 읽은 이가 능란하게 부리는 유머에 작게 경탄했다. 잠이 퍼뜩 깨는 기분이었다.

 

한 번 완독으로 그의 지적 유희에 다 따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각자의 독서 수준에 따라 독자가 알아채고 재미있어 할 유희 요소를 숨겨놨다는 점이 내게 이 책을 더 요물로 느끼게 했다. 실용-에세이 도서에서 창작물로서의 이런 시도를 뚜렷이 느낀 기억이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같은 작가의 작은 책방을 꾸리는 법도 보았다. 나는 두 권의 책에서 그가 일관적으로 생산자,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제시한다는 점을 읽었다. 나는 지금 한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며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하지만, 창작-생산의 꿈이 늘 내재되어 있음을 오히려 작은 책방을 꾸리는 법을 읽으며 알았다.

 

책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책과 독서는 가장 창의적 영역 중 하나이다. 그런 책을 대변하는 책이나 메타북스 역시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이 점을 간과해 왔다는 점을, 문득 깨달았다. 짧아서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작가의 시작(나는 구판인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으로 읽었다)도 짧은 글의 연속인데 내게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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