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이 가슴속에 있다. 있는지도 모르는 데 있다. 가슴속에 있는 그것은 말일까? 아니면 외침일까? 불붙은 채 꺼지지 않는 눈물의 원석일까? 그 덩어리가 울화를 만든다. 어혈이 뭉친다."
"혼자 잠을 자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그녀를 친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외롭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그녀는 친구의 질문을 곱씹는다. 외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그러곤 대답한다. 외롭다고. 외롭지만 참 좋다고."
"도시의 사람들은 언제나 친절하고 다정하고 멀리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잠들었다고 해도 심야 라디오는 방송되니까. 단 한 사람이라도 듣고 있다면. 그게 바로 심야 라디오의 본질이리라. 한 사람을 위한 목소리처럼 들린다는 것. 그래서 그 목소리가 나보다 더 고독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제야 어설프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잠시 머물렀다 사라져버린 향수의 냄새.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오래된 벽지의 얼룩. 탁자의 뒤틀린 나뭇결. 현관문의 차가운 질감. 바닥을 구르다 멈춰버린 푸른색의 자갈. 그리고 다시, 정적.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나는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