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날개, 봉별기(逢別記), 실화(失花)
이상 / 달시루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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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봉별기』와『날개』는 별개의 소설이지만 마치 하나의 소설처럼 흐름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두 소설은 이상의 자전적 요소가 눈에 띈다. 『봉별기』의 ‘금홍’과 『날개』의 ‘아내’는 이상의 첫 여자로 알려져 있는 ‘금홍’을 떠올리게끔 한다.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알 수 없는 음울한 분위기가 그렇다. ‘나’는 유약하고 현실 감각 없는, 누워만 있는 생기 없는 남성이다. ‘나’의 아내는 둘 다 매춘의 일을 한다. 그리고 누워만 있는 ‘나’를 폭력으로든 약으로든 제어한다. ‘나’는 아내가 매춘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그리고는 그저 방 안에 누워 무기력하게 있는 것이다. 매춘의 이유는 생계를 잇기 위해서였겠지만, 소설에서는 먹고사는 생활에 관한 고민은 없다.

맞는 아내가 나오는 소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맞는 남편이 나온 소설은 드물어서 독특했다. 특히 『날개』에서는 외출한 아내의 방에서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거나, 화장품 향기를 맡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나’는 인간관계가 단절된 반사회적 인물이다. 현실에 패배한 패배자 느낌도 난다. 그러나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지성 인물 이다. 이러한 주인공이 가진 외롭고 나약하고 위태로운 정신이 문장에서 잘 느껴진다. 이상의 소설은 문장을 잘 읽기가 힘들다. 문장은 모순으로 이루어져있기도 하고, 읽다보면 난해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다른 소설에서는 책을 덮게 했을 이런 문장구조는 오히려 더 ‘나’의 마음을 잘 느껴지게 해 준다. 읽다보니 이상하게 우울해지고 질척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이었다면 이렇게 강렬한 느낌은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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