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 채만식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2
채만식 지음, 우찬제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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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탁류』는 정 주사의 맏딸 초봉을 주인공으로 하여 초봉에게 닥친 시련들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사회 세태를 드러낸 소설이다. 정 주사는 학문에 밝아 군청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으나 당시 유행하던 미두라는 노름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다. 그에게는 예쁘고 참한 ‘초봉’이라는 맏딸이 있는데, 모든 사내가 한 번 봤다하면 탐내는 그런 여성으로 나온다. 그리하여 『탁류』는 정 주사가 자신의 딸 초봉을 제물삼아 좀 편안하고 배부른 삶을 살아보려다가 딸의 인생을 망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초봉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녀를 중심으로, 그녀와 얽힌 세 남자의 모습을 함께 그린다. 약방의 점원으로 일하는 초봉은 고태수와 남승재, 장형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사 한 밑천 잡아보려는 부모의 계산적인 생각으로 인해 그녀는 난봉꾼인 고태수에게 시집가지만 장형보의 계략으로 인해 과부가 된다. 장형보에게 겁탈당한 초봉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오른 서울길에서 박제호를 만나고 그의 첩이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누군지 모를 딸 송희을 낳는다. 송희의 생부임을 주장하며 나타난 장형보 때문에 초봉의 삶은 다시 무너지고, 학대를 견디지 못한 초봉은 장형보를 살해한다. 소설은 그 후 계봉과 승재에게 설득당한 초봉이 자수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탁류』는 초봉에게 일어나는 막장과도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의 연속을 통해 각 인물들의 생각과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자매이지만 초봉과 계봉의 생각의 차이가 뚜렷하게 제시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초봉은 여자는 정조가 생명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모든 일에 수동적이고 자신의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면 계봉은 정조의 순결성이란 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적이고 당찬 여성으로 나온다. 소설이 살인으로 끝나기 전까지 초봉은 순수하지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밀려오는 탁류에 저항하거나 몸부림을 치지 못하고 그 물살에 몸을 내 맡기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밀려오는 탁류와 같은 삶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무기력하고 답답하고 유약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견뎌내다가 지나보면, 그 물살에 휘말려서 돌이킬 수 없는 곳 까지 떠밀려와 있는 경우가 많다. 휩쓸린 자신은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탁류』를 보며 초봉과는 반대로 깨어있는 생각을 지닌 새로운 인간상인 계봉의 모습보다, 오히려 한 없이 답답하고 속 터지는 모습의 초봉에게 마음이 더 많이 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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