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 염상섭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
염상섭 지음, 정호웅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염상섭의 장편소설『삼대』는 청년 조덕기를 중심으로 하여 그의 아버지 조상훈, 할아버지 조의관의 조씨 가문 3대의 갈등과 그 몰락을 다룬 소설이다. ‘마르크스보이’의 새로운 시대를 맞은 청년 세대인 조덕기와 구한말의 봉건적 가치와 신념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조의관 사이에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무엇도 제대로 갖지 못한 과도기적 인물인 조상훈이 있다. 『삼대』는 이 조씨 집안 ‘삼대’의 세대적 가치관에 따른 갈등과 함께, 조부가 죽고 난 후 돈을 둘러싸고 나타난 추악한 본질의 갈등을 다뤘다. 이와 함께 이념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진보주의자들과 돈에 얽매여있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으며 시대적 흐름을 말하고 있는 치밀한 구조가 놀라웠다. 소설은 조씨 가문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어져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이 가문의 남자들을 통해, 이념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돈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있었다. 또한 다양한 등장인물은 모두 그들의 삶의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이념과 생활이 어떻게 이어져있는지 읽을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의식, 계급의식, 사회의식 등 그들의 이념을 생활이라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를 통해 드러냈다. 특히, 사상적 차이가 의외의 일치점을 찾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주의자인 김병화가 사상의 차이가 있는 필순네 가족과 큰 충돌 없이 지내는 장면과 그 이유를 ‘굶주림’으로 답하는 장면에서 소설이 생활을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과도기적 인물로 나타나는 조덕기의 아버지인 조상훈이었다. 밖에서는 종교적 신념이 있는 떳떳한 사람행색을 하지만, 그는 뒤에서는 술 담배는 물론 마약에 첩까지 거느리고 다닌다. 집안에서의 주장과 달리 그의 실제 삶은 기독교인의 교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개화시기를 지낸 사람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으로 교육을 통한 개화의 뜻을 지녔던 사람이다. 그랬던 사람이 파락호로 묘사되는, 추락한 인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조상훈의 모습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관은 껍데기일 뿐이고, 실제로는 제대로 정립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가치관의 부재는 돈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조상훈의 모습은 오히려 더 현실적이어서 현대인에게 더 공감과 경각심을 주고, 내 자신을 빗대어 보게 할 인물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