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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의 슬픔 외 - 중.단편소설 ㅣ 한국문학산책 2
김동인 지음, 김명진 엮음.해설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평점 :
『약한 자의 슬픔』은 20세기 현대인의 표본으로 그려진 강 엘리자베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그녀는 서울에서 세련된 도시인의 삶을 살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휘둘리는 타율적인 삶을 산다. 즉, 설움이 있는 약자의 삶을 산다. K남작으로 대변되는 강자에 의해 휘둘리는 삶이다. 엘리자베트는 강제적으로 K남작과 불륜 관계를 맺게 되었으며 그 결과 원치 않는 임신도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쫓겨난 후 남작에게 건 재판은 ‘증거 없음’으로 기각되고 만다. 그녀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주관 없이 우유부단했기 때문에, 즉 자신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의 이유로 삼은 것이다. 현재에도 약자와 강자의 싸움 끝에는 이러한 결말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신문기사를 통해 보고 있다. 불편한 생각의 흐름이 아닐 수 없었다.
소설은 주인공의 심리가 독백의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현대적인 문체와 자세한 심리묘사 덕분에 소설 자체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았던 점은 작가의 개입이 거의 없고 오로지 모순된 두 가지 생각이 매번 공존하는 주인공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온전히 그려내고 있어서 읽으며 그녀를 마음을 따라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적으로 피로해졌다. 현대적인 이환과 여전히 남존여비사상을 지닌 남작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자신의 사랑을 찾는 과정, 자신이 잉태한 것에 대해 모순된 감정들이 오가는 생각을 읽다보면 그 약한 정신이 나에게 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그녀의 질투, 갈등, 슬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어오면서 나는 점점 엘리자베트를 이해하기 싫어졌다. 소설은 그녀가 진실 된 사랑을 깨달으며 기뻐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갑작스러운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설 속 엘리자베트는 사랑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장면은 내게는 단지 강한 자의 싸움에서 모든 것을 잃은 약자의 정신승리 정도로 보였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마지막에 언급되는 ‘참사랑’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 소설을 다시 읽어도 내가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