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라는 감각 꿈꾸는돌 46
김서나경 지음 / 돌베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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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는 책 <우정이라는 감각>을 읽었다.

그 때는 친구가 정말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 하루 기분이 달라지고, 별것 아닌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누가 누구와 더 친한지, 내가 그 무리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주변의 시선은 어떤지. 지금 생각하면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그때는 꽤나 크게 느껴졌었다.

그 시절의 나는 관계에 서툴렀지만, 그만큼 관계에 진심이었다.

좋아하는 마음도 서툴렀고, 미워하는 마음도 서툴렀고, 다가가는 방식도 서툴렀다.

누군가를 아주 세련되게 판단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편견 없이 친구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어른이 되면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사실 예전에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사람은 언제든 마음이 맞으면 친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어른이 된 우리는 흔히 ‘결이 맞는 사람’, ‘상식이 통하는 사람’,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려 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에 쓸 수 있는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고,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준도 생기니까.

하지만 어릴 때의 우정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처음부터 결이 맞아서 친구가 되었다기보다, 같은 반이어서,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급식을 먹어서, 우연히 같은 시간을 통과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나와 너무 다른 아이여도, 이상하게 불편한 아이여도, 어느 순간 마음이 가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나이에는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순수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 소설집 속 주인공들이 그랬다.

표제작 <우정이라는 감각>에 나오는 주인공, 모범생처럼 보이는 푸른빛과, 주변의 소문 속에서 쉽게 단정되어 버리는 위시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잘 맞는 친구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진다.

서로를 둘러싼 소문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눈앞의 상대를 조금씩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어쩌면 우정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기억에 남는 작품들도 많았는데,

<사과>라는 작품도 좋았다.

친구 관계에서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감정을 다루는데, 그때는 분위기에 휩쓸려 누군가를 외면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일이 마음에 남는 순간.

내가 했던 말, 하지 못했던 말, 오해들.

제대로 건네지 못한 '사과'가 상징처럼 등장한 '사과'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마음 아팠던 작품 <십자가>

친구라는 존재가 때로는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보게 만들기도 하고, 내가 혼자 감당하고 있던 무게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상처들을 어떤 친구 앞에서는 털어놓게 하기도 한다.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각각의 폭력에 상처를 입은 두 친구의 우정이 가슴아프면서도 응원하게 됐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내용도, 인물도, 각자가 처한 상황도 다르다.

하지만 읽고 나면 하나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관계에 서툴지만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시절.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던 마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상처를 주기도 했던 시간. 그리고 그 모든 서툶 속에서도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싶었던 마음.

<우정이라는 감각>은 청소년소설이다.

하지만 이 책이 청소년에게만 머무는 이야기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른이 된 우리가 잊고 있던 시절의 감각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던 시절,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기꺼이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시절.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우리는 참 열심히 서로를 좋아했고, 또 서툴게 서로를 지나쳐 왔구나 싶었다.

친구가 전부였던 시절, 그리고 그 안에서 서툴지만 진심이었던 우리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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