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 - 여자의 내장에 대해 말하기
김경연 외 지음 / 오월의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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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예민맘'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민파파’나 ‘예민대디’라는 말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감정이 격하게 차오르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럴 때 돌아오는 예민함에 대한 시선.

그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덧 검열의 시선은 내부로 향한다.

내 감정이 과한 건지, 혹은 나라는 사람 자체가 문제인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이름 붙이기’는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조금만 감정의 폭이 크면 ‘예민하다’고 하고, 조금만 목소리를 높이면 ‘유난스럽다’고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비단 지금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은 바로 그 오래된 낙인의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20명의 여성 비평가가 참여해 각자의 시선으로 ‘마녀’와 ‘광녀’에 대한 서사를 풀어낸다.

문학과 영화 속 여성 인물들이 그들이 어떻게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추적하는데,

그 사례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영화 속 과장된 장면처럼 보였던 것들이 실은 우리가 현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공포나 압박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이미 몸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주류의 문법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리고 무엇보다 통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마녀’라는 이름이 붙었다.

책은 문학과 영화 속에서 ‘광녀’라고 불렸던 인물들을 다시 읽어낸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사회가 정해놓은 틀을 과감히 벗어나 자기 욕망을 긍정했던 여성들.

우리는 그들을 쉽게 ‘이상하다’고 규정해왔지만, 책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것은 비정상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 안에서 억눌렸던 감정과 욕망이 터져 나온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심리학적으로도 흥미로웠던 대목은 여성의 감정과 몸에 대한 통찰이었다.

분노, 슬픔, 욕망 같은 것들은 이성 중심의 사회에서 늘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고,

그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광기’라는 딱지가 붙었다는 해석이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곧바로 ‘예민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고,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면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이름만 조금 달라졌을 뿐, 길들이기의 방식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딸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불안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오며 겪었던 경험들과 마주하게 된다.

유쾌했던 기억보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되었을 불쾌한 순간들, 만약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마주하지 않았을 일들.

그 기억의 파편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가 딸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자의 서사, 그리고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틀을 다루는 책들을 좋아한다.

이런 책들은 새로운 지식을 준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차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면의 진실을 대면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책 속에 담긴 비평들은 저 멀리 있는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내 삶의 순간순간 스며들어 있던 일상의 파편들이었다.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생각이 또렷해졌다.

그동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거창하고 딱딱한 이론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그것이 사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감각’,'일상' 이어야 한다는 것.

결국 페미니즘이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나를 지키고,

내 아이를 지키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태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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