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는 관계가 깊어질 것 같으면 한 발 먼저 물러서는게 습관이 되었다.
상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나는 말을 곱씹고, 의미를 덧붙이고, 혼자서 생각하다가 마음을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감정의 흐름에 한 번 휘말리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아예 그 감정에 갇히지 않기 위해 먼저 마음을 닫아버리는 선택을 해온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이 궁금해진 이유는 마음을 여는 방법이 아니라, 왜 나는 이렇게까지 먼저 닫아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어기제를 설명해주는 책, 그리고 나를 설명해주는 책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들을 각각의 개념과 사례를 통해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이론을 나열하기보다는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여러 방어기제 중 나에게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것은, 강렬한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상대를 전적으로 좋거나 혹은 나쁜 존재로 나누어 인식하는 '분리'라는 방식이었다.
감정의 진폭과 ‘분리’라는 선택
나는 가끔 마음이 널을 뛰듯 양날의 감정을 오갈 때가 있다.
특히 부부싸움을 할 때 그 감정의 진폭이 더 커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보다 한 발 물러서서 마음을 떼어내는 쪽을 선택해왔다.
육아를 하면서도 비슷한 순간들이 반복된다.
힘들 때는 모든 것이 극단적으로 버겁게 느껴지고, 행복할 때는 또 지나치게 고양된다.
그 감정의 폭이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책감도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나의 반응들이 한때의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방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