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
베네데타 산티니 지음, 박건우 옮김 / 데이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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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유난히 강하게 다가왔다.

고대 철학자의 이름과 ‘불안’이라는 단어가 함께 놓여 있는 조합은 그 자체로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흔한 심리 에세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치는 순간, 이 책이 전해주는 결은 완전히 달랐다.

이 책은 현대 심리학적 조언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철학자들을 시대순으로 불러내, 그들의 삶과 불안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구성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신화와 전기, 철학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듯한 묘한 재미가 있었다.

단지 ‘철학적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들이 왜 그런 생각에 도달했는지, 그 과정에 어떤 상처와 두려움이 있었는지를 따라가게 해주는 책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에피소드 중심의 생생함’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오래된 전설처럼 펼쳐지지만, 묘사는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위인전’과 ‘철학 입문서’를 동시에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아토포스(atopos)’, 즉 ‘제자리를 벗어난 사람’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 시대와의 부조화를 감당해야 했던 이들이 결국 새로운 사유를 만들어냈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맞닥뜨렸던 감정은 늘 ‘불안’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불안은 내가 늘 떨쳐내고 싶어 하던 감정이었다.

하지만 책은 불안을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질문을 시작하게 만드는 신호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철학자들은 불안에서 도망치지 않았고, 그 불안을 끝까지 밀고 들어가 자기 존재와 세계를 다시 묻는 방식으로 사유를 확장했다.

우리가 ‘위대한 사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 누군가의 고독, 흔들림, 실패, 상실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위로이자 통찰이었다.

물론 철학 이론의 깊이를 기대한다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학술적 해석보다 이야기와 해석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철학을 낯설어했던 나 같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장점이었다.

불안을 철학적 언어로 번역해주는 책이라기보다, 불안을 견디며 살아온 인간들의 기록을 따라가게 해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안을 해결해주는 책이 아니었다.

대신 불안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질문하는 힘을 되돌려주는 책이었다.

아마 그래서, 책을 덮고도 그 잔상이 오래 남아 있었다.

불안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

그 변화가 이 책이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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