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 - 9인의 청년과 9인의 작가가 함께 쓴 관계의 기록
이학민 외 지음 / 282Book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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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건 참 어렵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어딘가 불편하고, 때로는 아프다.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은 그런 애매한 거리 속에서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 역시 많은 관계 속에서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를 설득해왔다. 어떤 말은 가시처럼 마음에 박혀 오래도록 생각을 반복하게 만들었고, 짧은 메시지 하나에도 감정이 휘청였던 날이 있었다.
그런 관계들을 어쩔 수 없다며 끊어버리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어쩔 수 없음’이라는 말 뒤에 숨겨진 감정들을 천천히 끌어올려 다시 마주하게 한다.





가장 깊이 공감했던 에피소드는 지월 작가의 「계속 다쳐볼 존재에 대한 애정」이었다.
“사람은 내 마음 같지 않더라고요.” (p.80)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된 친구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 사이에 흐르던 말로 설명되지 않는 거리감과 감정들이 문장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났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어쩌면 계속 다치면서도 그 마음을 조금씩 무뎌지게 만들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에피소드는 내 마음을 콕 찌르는 현실감으로 다가오고, 어떤 장면은 마치 짧은 소설처럼 나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 독자는 자꾸만 자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가까워지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애매한 관계들과 그 감정들에 주목한다.
옳고 그름을 나누기보다, 그 사이에 놓인 우리의 서툴고 복잡한 마음들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태도’의 가치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는 책.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에겐 오래 남는 흔적이 될 수 있다는 점, 혹은 ‘괜찮아’라는 말이 진심이 아닌 회피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책은 조용히 되묻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와 그런 애매하고 서툰 관계에 있었던 이들이 하나 둘 다녀갔다.
책 속 인물들은 다들 낯설지 않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내 진짜 감정을 감춘 날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내가 결국 더 멀어지게 만들었던 순간들도 함께 떠올랐다.
책장을 덮고 나니, 지나간 어떤 말들과 표정들이 생각났다. 사소해 보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였을 말들, 제대로 전하지 못한 내 감정, 그리고 아직 꺼내지 못한 미안함. 그 감정들을 어떻게든 바로잡아야겠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남았다.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은 관계의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서툰 사람들, 불완전한 마음들이 서로를 놓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 과정 자체가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거창한 감동보다도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부드러운 시선이 남는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큰 위로는 이 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싶은 존재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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