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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뉴 스위밍클럽 -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장상미 지음 / 싱긋 / 2025년 11월
평점 :
수영장이라는 판타지, 그리고 젊음을 마주하는 이야기
장상미의 연작소설 『브랜뉴 스위밍클럽』은 젊음을 되돌려주는 수영장을 무대로,
삼례, 강일, 옥정이라는 세 인물의 노년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 설정이 마치 가상의 게임 세계처럼 느껴졌다.
늙은 몸을 벗고 젊어진 상태로 물속에 들어가는 인물들은, 마치 두 번째 삶에 접속한 캐릭터 같았다.
그러나 이 소설이 진짜로 바라보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그 직전의 시간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노년의 일상, 고단한 몸, 조금씩 사라져가는 존재감.
그 시간을 소설은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생각했다. 노년은 나에게도 분명히 오고 있고, 어쩌면 이미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실감이 없다.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곧 닥칠 미래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고도 조금은 슬프다.
“늙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병드는 것이 두려웠다.”(p.32)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그 안에는 젊음을 잃는 불안과 쇠약함에 대한 공포가 함께 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늙고 병든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젊은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작품이 노년을 무기력하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안하지 않아. 내일 할 일이 잔뜩 기다리고 있으니까.”(p.129)
일이 있다는 것, 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단지 젊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 그것이 ‘노년’ 속에 담겨 있었다.
『브랜뉴 스위밍클럽』은 노년을 이야기하지만, 단지 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나의 미래’, 혹은 어쩌면 ‘이미 진행 중인 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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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막연히 먼 미래가 아니고, 언젠가 갑자기 도착하는 시간도 아니다.
노년은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만들어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세 번째 이야기 <남의 사랑>은 유독 흥미롭게 읽혔다.
수영장에서 젊어진 옥정과 수영강사 재현의 '썸'은 보는 나에게도 왠지 설렘같은걸 주었다.
겉보기엔 젊었지만, 모두가 젊은 외모를 하고 있기에 옥정은 그 역시 자신과 같은 노인일 거라고 여겼다.
복희가 재현이 옥정한테 관심있는 것 같다고 하자, 옥정의 마음엔 오랜만에 작은 설렘이 피어났다.
그 감정은 부끄러우면서도, 어딘가 따뜻했다.
그러나 수영장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의 재현을 본 옥정은
실제로도 젊은 남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 순간, 마음속 온도가 뚝 꺼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확실히 사라졌다.
그가 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옥정의 감정은 가능성에서 부적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정확히 마음에 꽂혔다.
그건 나의 사랑이 아니고, 될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나 역시 옥정처럼 툭 하고 스위치가 꺼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브랜뉴 스위밍클럽』은 노년의 소설이 아니라, 모든 세대를 위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나이 든 사람들을 ‘눈치 없고, 염치 없고, 자리를 비워주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는 시선에 맞서,
그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고, 사랑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은가요?”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조금 더 다정하게
내일의 나를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