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영훈 소품집 - 사랑이 지나가면 (1993~2003)
이영훈 작곡 / 소니뮤직(SonyMusic)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여학생들은 이런 경험을 공유하실런지요? 수학여행 때 버스에서 하루 종일 흘러 나오던 노래, 그러나 결코 지겹지 않았던 노래, 그때 듣고는 그후로 흥얼거리게 되던 노래, 바로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의 이문세의 노래들입니다. 제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이 참 많았고 다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노래가 참 흥겹다고 생각했고, 편안한 멜로디라 여겼습니다.
그 뒤로 세월이 많이 흐르고 어느날 문득 이문세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가 궁금해졌습니다. 한결같은 음색과 박자와 정조라고 해야 하나요? 어떤 사람일까... 그 뒤로 2000년대에 들어서서 이문세의 11집 휴(休)에서 "슬픈 사랑의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 이영훈이라는 작곡가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1집 전체에 흐르는 아련하고 슬픈 듯한 음악을 들으면서 이 작곡가의 음악이 예전 어릴 적에 듣던 것처럼 그렇게 즐거운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편안하면서, 슬프고, 아련하고, 행복하고, 그립고, 서러운 그런 정조... 작곡가 개인에게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이것이 바로 이영훈 작곡가의 음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다시 소품집을 들으면서, 작곡가로 평생을 산 그의 소감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평화로우면서도 약간은 서러운 듯한 오후를 맞으면서, 저의 앞날의 삶에 대해서 어떤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영훈씨가 이 소품집에서 쓴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제 소원은 살아가며 좋은 곡들을 많이 쓰고 깨끗한 작곡가로 살며 평생을 그렇게 남는 것입니다. ... " 그는 이미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많은 곡들을 발표했고,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면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과거의 그리움으로 가슴 한 켠이 아련히 아파오면서 한편으로 앞으로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