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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12집 - 사람과 나무 그리고 쉼
이문세 노래 / 새한(km culture)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한 음반이 첫 노래부터 마지막 노래까지 다 좋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 음반들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음반시장의 불황은 나라의 경제사정이 안 좋은 것이 주원인이라지만, 한 음반 중 타이틀 곡 하나 빼고는 딱히 들을만한 좋은 곡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돈 주고 음반 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더 드니까요.
그런데 이 음반은 첫곡부터 마지막 연주곡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습니다. 여기에 실린 어느 노래든 이문세를 따라 조용히 읊조릴 수 있습니다. '휴'라는 제목처럼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이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아련한 사랑의 기억과 서러운 추억들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전곡이 모두 아주 오랫동안 이문세의 곡을 써준 이영훈씨의 작품입니다. 그동안 이문세씨는 여러 사람들과 작업을 많이 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문세는 이영훈씨와 참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몇 십년을 한 가수와 작곡자가 만나 같이 호흡하고 분위기를 음미하며 작업을 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래된 절친하고 진정한 동무처럼 이 둘은 서로를 잘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수'는 첫사랑을 애써 찾지 않는다는 내용, '슬픈 사랑의 노래'는 사랑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연인의 이야기, 마지막 피아노 연주곡 '마음으로 흐르는 눈물'도 한없이 투명하고 슬픕니다.
이문세 하면 떠오르는 가을과 겨울, 그 서러운 날에 이유없이 고독에 잠기고 싶을 때 잔잔하게 읊조리는 소박하고 따뜻한 음악을 들어보세요. 값비싼 CD가 아니더라도 작은 테잎으로도 이문세와 이영훈의 포근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