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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의 외출 - 나를 찾는 내면아이
김현정 글.그림 / 위즈앤비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랄라의 외출
나를 찾는 내면아이
겨자색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귀여운 토끼인형 뒤로 살포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한 여성의 두렵고 무서움의 표현을, 인형이 대신 막아주고 있는 느낌이다. 표지에 있는 그림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여성의 섬세함이 담긴 그림이 나의 눈을 매료시킨다. 속눈썹 하나하나, 인형의 꽃무늬 옷의 꽃 하나하나까지 표현이 아주 정교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에 있는 그림을 보는 재미에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느낌은 우리의 내면을 표현했다는 데 있다. 우리 본연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랄라’라는 토끼인형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랄라의 외출>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랄라가 내 속에 있는 본모습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인걸까? 내 모습을 대신해서 표현 해주는 존재인걸까? 곁에 이렇게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에게는 위안이 된다. 랄라와 함께라면 언제든 나의 모습으로 외출을 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걸까? 나에겐 아직도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의 조연이었던 ‘김현정’이라는 배우이자 화가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고, 동네방네 아는 사람들의 그림숙제를 도맡아 해줄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녀가 한 일간지에 연재한 창작에세이 ‘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 토크’와 그림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저자는 공백기를 가진 2009년 ‘카톨릭상담봉사자과정’에서 교육과정으로 상담 심리를 받고 인형치료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 아이 ‘랄라’를 만났다고 한다. 그녀가 자아로 형상화된 인형 랄라를 만나면서 겪은 치유의 과정, 여행과 일상에서 만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말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통해 위로가 되고 싶어서 책을 출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치유이다. 그림을 통해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심리미술치료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치료를 받아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처럼 알고는 있지만, 선뜻 받아볼 용기를 내볼 사람은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대신 책을 통해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찬찬히 드려다 보면서, 어딘가에 있을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런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이들에게 본인의 해결책을 멀리서 찾지 말고, 그 답은 바로 나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와 스스로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고, 진짜 내 모습을 발견하려고 노력을 할 때 비로소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내 안에 감춰져있는 내면아이를 끄집어내서 소통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이 결국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심리 상담을 통해 만난 나의 내면아이 ‘랄라’와 함께 나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번뇌와 고통이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를 조절하고 이겨낼 힘을 얻은 것 같다. (p.19)
"힘을 행사하는 자는 드러나 보이기는 하나 작은 힘을 소유한 자요, 힘을 행사하지 않는 자는 숨겨져 있지만 큰 힘을 소유한 자다." (p.22)
다른 사람의 시선에 눈을 맞추기보다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내면을 항상 지키고 싶다. (p.27)
내가 나를 위해서 내가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서있는 곳이 비록 열렬한 고독의 사구 일지라도, ‘나’와 ‘나만의 그림’을 찾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