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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나를 더욱 끌어 당겼고, 지금 이 순간 참 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만 같았다. 청소년기에만 성장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다 큰 어른들도 인생을 살아가는 순간마다 고비를 맞게 되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삶은 또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르는 시련과 아픔을 받아드릴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함이 옳다.
‘아픔은 다 극복할 수 있는 거야.’라는 말로는 도저히 위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아픔을 공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록 공감해주는 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냥저냥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무의미하고 허무하다고 느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픔들은 어쩌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기 때문에 더 공허하다.
삶이 허무할지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 아픔을 헤쳐 나가려한다. 고통과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현실도피용 매개체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불교적 사고의 서양의 철학자 시오랑은 이렇게 말한다. “괴로움이 극에 달할 때까지 괴로워해야 한다. 괴로움을 잊을 정도로 괴로운 순간까지.” 이렇듯 우리는 우리의 삶을 늘 즐거움으로 가득차길 바라기 보다는 괴로움을 추가해서 그 괴로움의 경지를 느껴 보아야한다. 역설적이지만 괴로움의 끝을 맛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것은 이 책은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의 구절을 되새김해보면서 삶의 통찰의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이 비교적 읽기 쉬운 글은 아니지만, 삶의 성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날카롭지만 강렬한 시오랑의 문장을 통해 자신의 삶이 한층 더 성숙해 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그 사람은 재능은 없으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나 개성이야말로 도저히 꾸며 낼 수 없는 것으로, 선천적인 것이다. 그것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은총이며, 그들의 생명의 고동을 감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몇몇 사람들만이 지니고 있는 특권이다. 개성은 재능보다 더 귀한 것, 바로 재능의 정수이다. (p.42)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내 자신을 견딥니다. (p.53)
자신의 인생이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인생 자체가 똑같은, 아니 보다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만 하면 된다. (p.229)
인간은 인간이 되어 갈수록 현실에서 잃는 게 많아진다. 그것은 자신의 우월한 본질을 위해 치려야 할 대가이다. 그가 자신의 독자성을 끝까지 밀고 간다면, 절대적으로 철두철미한 인간이 된다면, 어떤 종류의 삶의 흔적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