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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평점 :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칸트의 집>이라는 책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내가 꿈꾸는 집을 즐겁게 상상해보며, 한동안 내 머릿속은 온통 집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바라는 집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꾸민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넓지는 않아도 햇빛이 잘 비추고, 창문 밖을 내다 봤을 때 먼 곳 까지 경치를 내다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은 그런 곳이 좋다.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가득 채워서 내 공간을 내 방식대로 마음껏 꾸며보고 싶다. 오직 나를 위한 작은 공간. 어느 누가 그런 공간을 마다하겠는가?
이렇게 집이라는 개념은, 항상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먼저 그려진다. 반면 집이라는 공간은 외부와 단절 돼있고, 소통도 할 수 없는 공간이 돼버리기도 한다. <칸트의 집>의 등장인물은 자폐증의 한 증상으로 특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무'와 자신의 세계 속에서만 살아가는 형 때문에 늘 소통을 갈구하는 '열무', 그리고 그들의 동네로 이사 온,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미스터리한 건축가 '칸트'이다. 칸트는 열무가 붙인 별명으로 늘 같은 시각 양복을 차려입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실제로 산책광인 철학자 칸트에서 이름을 땄다. ‘열무‘는 나머지 두 인물을 모두 칸트라고 부른다. '나의 형 칸트'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건축가 칸트'가 있다. 이 둘은 사람과의 소통에 힘겨워하고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갇혀 산다. 무엇이 이 둘을 소통의 단절로 이끌었던 것일까?
세 사람은 칸트가 스스로 지어 자신을 가둔, 창문 하나 없는 관처럼 생긴 기묘한 형태의 집 안에서 만남을 이어가며, 열무에겐 "개똥철학" 같기만 한 건축 수업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 뜻밖의 사건들을 통해 점점 서로의 담을 허물고 마음을 새로 설계해 나가게 된다. 처음엔 서로에게 벽을 세우고 경계하는 모습에서 나중엔 갇혀있었던 마음속의 집을 허물고 비로소 소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모두들 자기만의 마음의 벽을 갖고 있다. 그 벽이 만들어진 이유가 분명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허물 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있다. 외롭다고 느껴질 땐, 자신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 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외로움도 즐거움도 나눔과 소통이라는 행동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히 지금보다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누구
나 자신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누구나 조금은 외로운 법이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