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딱지 - 제15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주미경 지음, 정지윤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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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합니다.


주유는 딱지치기의 대장이다. 그런데 라이벌인 동탁이한테 갖고 나온 딱지 10개중에 9개를 잃었다. 동탁이가 새아빠 동탁 아저씨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집중이 안 되고, '자꾸 손에 힘이 풀렸다. '(p.10) 동탁이가 말한 버드대디인 새 아빠는 집에서 글을 쓴다. 아직 작가 지망생이다. 엄마와 둘이서 잘 지냈는데, 새 아빠가 들어오고나서는 엄마랑 잠도 못자고 여러가지가 불편하다. 엄마는 새아빠의 어느 면이 좋은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 할아버지가 자신이 딱지 도사라고 한다. '눈꼽만큼도 도사처럼 안 보였다.'(p.11)할아버지는 주유에게 한 판하자고 하면서 봉긋한 모자를 잡아 당기니, 딱지가 후드득 떨어진다. '그것도 대왕딱지다.여포대왕딱지, 조조대왕딱지, 유비대왕딱지, 공명대왕딱지!'(p.11)


'정말 갖고 싶다. 저 대왕딱지'(p.14) 주유는 할아버지께서 등을 긁는 순간에 발끝으로 할아버지의 딱지를 바닥이 울퉁불퉁한 쪽으로 슥 밀고 '재빨리 펄쩍 뛰어올랐다.'(p.15) 공명대왕딱지가 뒤집혀졌다. 주유는 할아버지한테서 딴 공명대왕 딱지로 조조대왕딱지, 유비대왕딱지를 따면서 모두 이겼다.


밤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낀 밤에 잠이 오지 않은 주유는 만화 삼국지를 꺼내서 봤다. '읽다보니 재미났다.'(p.25) 다시 대왕딱지를 꺼내서 딱지 하나씩 만져본다. 그때 천둥번개가 쳤다. 안방으로 뛰어 가서 방 앞에 서자 엄마와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랑 자고 싶지만 안방 문을 열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다시 천둥이 친다. 주유는 무서워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자장가를 부른다. 자장가를 다 부를때쯤에 창밖에 푸른 빛이 번쩍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대왕딱지를 만지작거리다가 방바닥에 내리쳤다. 팟! 빛이 번쩍했다. 어제 봤던 푸른 빛이다. 두 줄기 푸른 빛이 나오더니 무언가 글씨가 써 있다.


'새 아빠를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방법' (p.32)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젯밤에 무서워서 '봉추 아저씨가 안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었다. 혼자 생각한 건데, 어떻게 알았을까.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킨 것 같았다.'(p.34) 그날 저녁에 외출하는 새 아빠가 주머니에 조조대왕딱지와 유비대왕딱지를 담았다. 설마하면서도 엄마랑 자고 싶은 주유의 마음이 느껴졌다.


주유는 베개를 들고 엄마 옆에 누웠다. 엄마는 주유 방으로 가라고 하지만 '아저씨가 안 들어올지 모르니까'(p.39) 오늘만 엄마 옆에서 자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 옆에 누우니 엄마 냄새, 엄마 숨소리, 엄마 자장가가 들려온다. 주유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새 아빠는 소파에서 자고 있다. 어. 집에 들어오셨네. 주유는 아저씨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주머니에 구멍이 뚫어져 있다. '누가 주웠을까.(중략) 밤늦게 돌아오던 동탁이 아빠가 주웠다면 큰일이다.'(p.40) 딱지치기 라이벌인 동탁이에게 딱지를 다잃어서 동탁이가 밉지만 동탁이가 속상해하는 것이 싫은 주유 마음이다. 아이답다.


하루만 더 엄마랑 자고 싶은 주유는 공명대왕딱지를 방바닥에 힘껏 내리쳤다. 팟!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글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현관문에 딱지를 세 번 쳐 절대로 문을 열지 마'(p.43) 아저씨가 편의점 나간 사이에 주유는 딱지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현관문을 세 번 쳤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쳤을 때 딱지가 현관문에 딱 붙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유는 엄마 옆에서 잠이 들었다. 자다가 깨어나 창밖을 보니 앞동이 아니라 '네모난 하늘 가득 별만 보였다. (중략) 우리 집이 밤하늘에 붕 떠 있었다.'(p.48) 다음 날 안방에서 눈을 떴는데, '종일 딱지치기 한 것처럼 피곤했다.'(p.50) 어제 아저씨는 집에 돌아왔는데 우리집만 쏙 사라져서 울고 있는 것을 엄마가 데리고 들어왔다고 한다.


'오호, 꿈이 아니었나 보다.'(p.51)


아저씨는 '엄마랑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러라고'(p.53)말하는데, '기분 나빴다. 엄마 옆은 내 자리지만 가끔 양보할게. 그러는 것 같았다.'(p.53) 주유는 마지막 딱지에 자꾸 눈이 간다. 마지막 딱지다. 이 딱지를 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유는 새 아빠랑 잘 지낼 수 있을까. 새 아빠는 주유랑 잘 지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냥 환타지 같은 동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인공 주유가 원하는 것이 있을때 딱지를 치는 행위를 했다. 그냥 소원 이루어주세요가 아닌 마중물로 어떤 행동을 한 것이 좋았다. 어찌되었던 시도한 것이니까.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의 특성과 이야기가 연결되어 더 재미있게 읽었다. 삼국지를 읽어보지 못한 어린이들은 삼국지가 뭘까 호기심이 생길 것 같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마술 같은 <마술 딱지>다.


주유가 새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새 아빠를 걱정하고, 라이벌 친구가 새 아빠에 대해서 흉을 보면 좋은 방향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만나는 아빠와 적응하는 기간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몇년동안 엄마랑만 단 둘이 살다가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면 어느정도 삐걱거린다. 시간을 갖고 대화로 풀다보면 마술 같은 신기하고 놀라 일이 일어날 것이다. 주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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