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ㅣ 날개달린 그림책방 41
바루 지음, 염명순 옮김 / 여유당 / 2021년 2월
평점 :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도시는 깨어나
이미 바삐 움직입니다.
나는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입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 부엌 창가에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떠나야 해.
자,어서! 가방을 싸자!'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방을 쌉니다.
양말 세 켤레, 다용도 칼, 성냥 한 갑, 약상자, 사진기, 두루마리 휴지 두 개, 지도, 모기약, 테니스 라켓, 목욕 수건, 포크, 샤워장갑, 아이스박스, 수첩과 볼펜, 선글라스, 선크림, 모자, 컵, 그리터 들이 생수 두 병 그리고
다음 장의 주인공이 메고 있는 커다란 가방을 보니, 정말 엄청 담았습니다.
큰 가방에 깔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짐은 여행에 짐만 되는데..
그런데 주인공은 미소를 짓고 있네요.
걸어갑니다.
걸어갑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손에 들고 있던 지도가 바람에 날아갑니다.
시커먼 바다위에 배들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어 담습니다.
주인공이 보고 있는 거센 파도는 앞날을 예고하는 걸까요?
험난한 여행길에 가방에 챙겨온 것들은 도움이 될 겁니다. 아마도.그러길..
또 걸어갑니다.
걷다가 나무 밑에 쉬고 있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봅니다.
그 사람은 오히려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어디로 가나요?"
"저 쪽으로요."
"그러면 이 길 맞아요"
이런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을 보세요.
주인공은 감사한 마음에 가방에서 멜론 하나를 꺼내서 함께 먹고
그 사람에게 텐트를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다시 걷습니다.
강가 우거진 숲에서 컨 곰을 발견했습니다.
주인공이 총을 꺼내자 곰이 바라봅니다.
둘은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곰이 떠나자 길을 떠나는 이.그런데 강가에 총은 그냥 두고 왔습니다.
이제 총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계속 걸어갑니다.
햇볕에 잠긴 마을에서 자명종과 전화기와 약상자를 주고 포도 한 송이와 바꿔 먹고 또 걸어갑니다.
오지 같은 마을에서 자명종과 전화기가 필요할까요?
계속 걷다가 거대한 도시에서 누군가에게는 선글라스를 주고
공원 벤치에는 우산을 두고 옵니다.
마치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도록..일부러..
이렇게 계속 걷다 보니
커다란 가방은 작은 가방이 되었습니다.
걷는 모습이 가볍습니다.
어느 날과 다름 없는 어느 아침,
멈추어 서서 생각합니다.
많이 걸었고, 집에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은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나는 변했습니다.
자동차를 없애고 자전거를 구입하고
이웃들을 만나서 여행 이야기를 합니다.
배낭 속에 씨앗을 이웃들과 함께 심어요.
점점 집과 도시와 주변이 바뀝니다.

책은 이렇게 끝납니다.
어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나는 일어납니다.
그런데 책 속의 그림은 평상시와 많이 다릅니다.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삶이란 여행을 가고 있는 나,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독문북큐레이션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