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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의 딜레마 -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30
임서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미래나 우주의 이야기가 너무 거시적이고 복잡해서 읽기 힘들었다면 적당한 미래와 적당한 과학기술로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여러 단편들은 안드로이드나 우주인이 등장하는 SF소설인데 굉장히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매력이 있다. 과학이 발전한 어떤 미래에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정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SF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수록작품인 「달 아래 세 사람」, 「외계에서 온 박씨」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전래동화와 역사 속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달 아래 세 사람」은 시간 여행과 관련된 내용인데, 흔한 소재이지만 흥미롭게 풀어내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외계에서 온 박씨」는 흥부전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흥부전이 우주적인 관점에서 이렇게 재탄생된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고 신선하다. 흥부전을 읽으면서 '아니, 저 제비는 왜 자꾸 다리를 다쳐서 온 동네를 쏘다니는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항체의 딜레마」는 코로나19 시대에, 그리고 『스위트홈』, 『해피니스』처럼 치명적인 전염병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진 요즘 낯설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해결방법이 없어 '논'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로 '웨일'을 착용하고 생활하는 이 세계는 마스크가 생활화된 우리 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항체가 있어 실험실에 갇힌 A 또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자주 만났다. 그는 아마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온갖 실험을 당했을 것이고, 치료제 만드는 게 어려웠던 만큼 더 많은 실험을 당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유추된다. 그런 A가 금덩이를 주며 탈출하게 도와달라고 한다면?
요즘 많은 의약품은 식물, 동물의 성분에서도 추출하지만 인간이 본래 갖고 있던 유전자를 가지고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유전자를 추출하는 것, 그 유전자를 이용하는 것, 그 유전자 정보를 배포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괜찮은가, 또 그러기 위해서 그들의 삶을 통제해도 되는가, 그 대가로 얼마를 치러야하는가, 인간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는 그렇게 해도 괜찮은가
또 개인의 고통을 목격하고도 그 개인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고통을 외면해야 하는가, 다수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지지해야 하는가- 짧은 소설에서 어떤 것이 윤리적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그 선택이 맞는지 계속 생각하게 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브 씨는 트라우마에 갇혀 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 ‘잊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거예요. 요즘도 잠드는 게 두렵나요? 이브 씨, 하나부터 시작해요. 조금씩 잊기로 해요. 시도는 하고 있나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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