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평점 :
어린 시절 좋아하던 만화 중에 「검정 고무신」이라는 만화가 있다. 사실 배경이 되는 시대가 옛날이라 교복값이 없어 교복을 못 사입는 학생이 나오거나 선생님이 집에 찾아왔는데 컵이 없어 대접에 커피를 대접하는 장면이 나오고, 귀한 바나나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장면도 나온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경험인데도 즐거워하면서 본 이유는 주인공의 유년시절이 즐겁고 행복하게 투영돼서 보는 사람도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배경도 사실 내가 경험한 과거보다 더 먼 과거지만 막내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이사갈 때마다의 기억이 정감있고 공감되게 서술되어 있다. 막내가 언제나 행복한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들의 유년시절도 그럴 것이다. 노상 행복하진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좋았던 그날들에 대한 기억들이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전달된다.
지금은 보기 힘든 '적산가옥'에 살았다거나 다다미방이 있는 집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오빠들 방, 언니들 방을 같이 쓴다거나 마당에 핀 과꽃은 나의 추억 어딘가와도 맞닿아 있다. 아파트에만 살아본 어린이들도 집을 그리라고 하면 마당이 있고 굴뚝이 있는 단독주택을 그린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마당 한 켠에 나를 위로해주는 나무가 있고, 마당을 빙글빙글 돌며 오빠와 술래잡기를 하고, 대문 앞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는 추억은 아파트에서 갖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기억을 가진 막내를 부러워하다보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막내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고 언니에게 '고등학생이면 다냐'며 심부름을 하기 싫다고 할 말을 다 할만큼 커가는 것도 볼 수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오늘은 왠지 내가 살았던 집과 마당을 그려보며 추억에 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