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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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작품이 나왔다. 바로 <기소영의 친구들>이라는 책이다.

제1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돌연변이 바이러스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차별과 편견을 다룬 <몬스터 차일드>라는 책도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제2회 대상 작품도 엄청나다. 그렇다보니 나에게는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이라하면 믿음직해지는 인상이 주어지고 있다.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어쩜 그렇게 잘 찾아 발굴하는지. 


 나는 유년시절 짝궁을 잃은 경험이 있다. 단짝은 아니었다. 옆자리 짝궁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내 옆자리 짝궁이 저수지에서 놀다 변을 당했다. 뉴스를 보고 엄마가 단짝이라고 국화 한송이를 학교 가는 길에 챙겨주셨다. 그리고 그 국화 한송이를 옆자리에 놔두었는데 반에서 장난이 심한 한 친구가 꽃을 보더니 빼앗아 들고 돌아다녀 화를 내며 쫓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 2학년이라 그런지 너무 어려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친구를 잃는다는 것, 죽음에 대해 알기엔 너무나 어렸고 꽃을 가지고 온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작동되던, 어린 시절이었다.


 <기소영의 친구들>의 책은 주인공이 사고로 죽은 친구 기소영의 죽음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황해하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국화 다발을 사서 등교를 하는 것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죽음의 경험. 아직은 어린 주인공과 과거의 나는 어떤 것이 맞는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고, 바로 거대한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깨닫는 슬픔도 존재함을 알기엔 어렸다.


  <기소영의 친구들>에서 함께 다니던 5명의 친구들은 4명이 되며 소영이의 죽음으로 빈 자리를 느낀다. 각각의 친구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엮어주고 이어주던 소영이가 사라지며 4명은 와해되는 듯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소영이의 죽음으로 4명의 친구들은 다시 뭉친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 그 말은 교사의 위치에서 친구를 잃은 아이들과 함께해보았던 경험이 있었다는 말이다. <기소영의 친구들>의 책을 보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며 계속 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한 학년 전체가 슬픔에 잠기던 그 순간을 잃지 못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거대했음을. 기소영의 죽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소영과 기소영의 친구들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죽음을 쉬쉬하는 분위기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은 슬픔을 공유하고 털어버리는 창구가 막히게 된다. 소영이와 친한 친구들 외에도 교실 내에 모든 아이들은 마치 볼드모트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다들 '기소영'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일상을 보낸다. 소영이와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 사이에, 각각의 소영이의 빈자리를 확인한다. 슬픔을 표출하지 못한 아이들은 부둥켜 길가에서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길가의 행인에 의해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저지되고 만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아무도 사별의 과정을 알려주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방법을 찾는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그 방법을 알아가는, 죽음에 애도와 추모의 과정이 필요함을 절실히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님은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친구들을 인터뷰한 기록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기 삶에 남은 죽은 친구의 흔적을 어쩌지 못해 울부짖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님의 메세지를 담아, 아이들이 위로받아야 할 순간에 위로받지 못하고, 남몰래 혼자 슬퍼하는 안타까운 일이 더이상 없기를 바라며 <기소영의 친구들>이라는 책으로 그 생각을 나타내셨다고 한다.


 <기소영의 친구들> 이야기 속 나리와 채린이처럼 죽은 친구의 흔적을 어쩌지 못해 길가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이 없도록, 막힌 슬픔이 있다면 이 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들을, 혹은 슬픔이 오기 전에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가능한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아이들과 나누기에 무거운 주제일 수 있으나,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게 닥칠 수 있는 경험이기에, 아직은 미숙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소영의 친구들>이 따뜻한 보호막이 되길 바란다.

 

제1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몬스터 차일드 

http://aladin.kr/p/c4RCd

제2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기소영의 친구들

http://aladin.kr/p/aQX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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