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 BIB 출판영예상 Dear 그림책
조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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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커다란 형광분홍 오징어와 그 밑에 조그맣게 반짝이는 회색 빛 오징어 하나가 표지에 있다. 무슨 이야기일지 표지만 봐서는 종잡을 수 없었던 이 책은

 중학교 3학년, 단짝이 이민을 가면서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오징어가 왠지 탈선의 범주에 있는 범상치 않은 전학생 오징어를 만나, 그들 사이에 있던 사건을 돌이켜보는 이야기이다. 

 그림책을 넘기면 넘길 수록 "앗, 이건 어린이보다는 고학년 아니면 중학년 이상 아니면 어른에게 더 와닿는 이야기겠다!"라고 느꼈다.

 작가는 특이하게 인물을 오징어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1996년은 나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보다 더 특별한 해였습니다. 그때 맡은 비누 향기가 기억이 날 만큼, 열여섯의 나는 예민하고 반짝거렸습니다. 학교 매점 드나들듯 우르르 천수분식을 다니고, 깔깔대며 웃다가도 이내 토라져 버리고, 껍데기처럼 살지 말자며 내내 반성문을 같이 썼던 다섯 명의 친구들. 우리는 깊고 캄캄한 바닷속에서 들쭉날쭉 빛을 내는 오징어 같았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표현된 오징어는 단순한 두 개의 색(형광분홍, 검정)으로만 나타내졌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읽으면서 섬짓할 정도로 그 감정선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 당시 인물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자와 먹물 효과, 붓표현, 화면 구성들로도 '선망에서 미움의 감정으로 변해가는, 인물의 당황하고 배신감이 든 감정이 이렇게 드러날 수 있구나!'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친구의 전화를 피하고 싶어 번호를 저장해 두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전학생 오징어와 주인공 오징어의 아주 큰 미움의 감정임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저장할 정도라니!


마지막으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자 이 책의 고민거리일 것 같기도 한 대목을 쓰려한다.

만약 내가 그때 노래방에서 화를 냈다면 어땠을까?

달라졌을까?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같이 떡볶이를 먹고 있을까?

같이 웃고 있을까?


* ps. 이 책의 제본 방식(누드 사철 제본)도 눈 여겨 볼만하다. 같은 제본 방식과 관련된 정보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살펴보시길!


https://www.chosun.com/culture-

life/culture_general/2021/12/29/S5ACSDQY6JCOHHKECZOLGPQ2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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