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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쓴 우울
장혜린 지음 / 잔물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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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제목 그대로 우울이라는 단어를 왜 하필 연필로 쓰게 되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에 반해 '연필은 쓴 글자는 지울 수 있다. 그러면 우울을 탈피하는 또 다른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이 빙의되어 그 가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픈 단순한 의도에서 였다. 사실은 그러한 가설보다는 뜻밖의 밝고 명료한 반전을 기대하면서 젊은 작가 장혜린의 피날레를 보고 싶은 까닭이기도 했다.


  저자 장혜린은 올해 스물네살의 젊은이로 아직은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 조금은 생소한 인물이다. 처음에 동명인 기자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20년을 살아온, 만성 중증 우울증을 항상 가지고 생활하고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전형적인 요즘 젊은이다. 앞으로 좀 더 많은 글로서 인연이 닿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이 책 '연필로 쓴 우울'은 중학교 이후 외국학교에 다니던 저자 장혜린이 스물두살의 나이로 국내로 돌아온 뒤 좋은학벌, 명문대학 출신이 한국에서의 모든 삶을 좌우한다는 그다지 정당하지 않은 설문을 인정하고 명문대학에 진학을 결심한 뒤 수능준비를 위한 학원을 다니던 2018년 1월 부터 2020년 5월에 이르기 까지의 일기를 요약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일종의 생활수기이다.

혜린은 외국의 유수 대학을 자퇴하면서 자신의 인내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케이스로 투정과 고단한 삶으로 시작하게 된다. 서울이라는 상자같은 도시에서 행복이란 단어는 상상에서만 있는듯, 즐거움을 모르는채 우울증과 투쟁하는 모습이 모든 일기에서 나타난다. 한마디로 힘들고 짜증나고 웃을줄을 모르고 항상 무기력한 엉망진창인 삶의 연속이다.


모든 일에서 자신의 무기력함과 연계가 되고, 자신의 잘못으로 결론을 내려 우울한 분위기속에서 허구한날 울기도 한다.

그나마 준원이라는 남자친구가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 아찔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남자친구 못지않게 고양이 코코와 모카가 옆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우울증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번의 입시 실패와 두번의 이별. 그런 과정을 되뇌이던 그녀는 몇년 동안 써 온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아직도 그녀는 힘들고 슬프고 외로운 상태로 우을증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우울증이 이토록 무섭게 사람의 모든것을 지배하는 줄은 몰랐다. 책을 보면서 내내 답답한 마음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을 늘상 가지고 끝까지 읽었는데, 아마도 저자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던 모양이다.


   밝은 분위기는 찾을 수 없는 그런 내용들의 연속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읽고 싶었던 기대감이나 가설로 세웠던 그러한 반전의 해피앤딩은 없었다. 내심 변화된 모습의 장혜린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일기가 나타나길 책장을 넘기는 매번 바라고 바랐던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우울병과 싸우면서 대학입시에 전념하는 젊은이의 도전이 중증우울병을 누를 수 있는 막대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년간의 일기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일기를 소재로 자신의 암울했던 지난날의 기억들을 이렇게 공개한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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