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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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감상한다는 것.

나에게 있어 그것은 어쩌면 일종의 허영인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일부러 준비물을 가져가지 않았을 정도로 그리기를 싫어하는 아이였고, 추상화들을 보면 도대체 저 그림에 왜 열광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미술관을 다니기 시작한 건, 30대 초반 즈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그림을 볼 줄 아는 것도 아니요. 그냥 미술관의 조용함이 좋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나 미술관 다니는 사람이야' 라고 뭔가 교양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간혹 가던 미술관에서 도슨트와 함께 하게 된 그림 감상은 차원이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화가의 인생, 그림을 그릴 당시의 환경이나 심리, 또 성경에 대한 이야기... 도슨트가 말해주는 이런 배경들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것은, 사진 같이 잘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그저 감탄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었다.

결혼한 이후로 미술관을 가는 것은 참 쉽지 않아서, 약간의 갈급함이 있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도슨트 계의 큐피드로 불리는 정우철님의 책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이다.



프롤로그 中

화가들의 그림은 알고 보면 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학문이나 이론적인 면모는 훗날 평론가들이 할 뿐,

그저 자신의 인생,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바로 이것이 미술을 공부하고 화가의 인생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조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가의 그림을 통해서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슬픔을 위로받고, 행복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서다.



책을 보면서 소개되는 화가들의 인생과 그림들을 찾아 보는 재미도 좋지만, 프롤로그에 소개된 한 관람객의 이야기다 마음에 와 닿았다.

프랑스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전시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져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니던 분이 친구에게 떠밀리다시피 찾게된 전시회였다.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사랑하는 여인, 아름다운 해변등 주제가 '행복'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 세계대전을 겪으며 죽어가는 사람들, 현실에 대한 무력감,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보면서 무척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년에는 사랑하는 자식마저도 잃었다. 이러한 아픔이 있어 오히려 자신의 캔버스에는 행복한 모습만을 담으려고 했다. 너무나도 처참한 현실, 지울 수 없는 고통으로 무너질 뻔 했기에, 오히려 아름답고 행복한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것이다.

그 관객은 밝고 행복한 그림들을 보며 처음에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우철님의 해설을 듣고 그 또한 아픔이 있었고 왜 이런 그림들을 그렸는지 알고는 큰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검은 옷을 벗고 화사한 노란색 옷을 입고 다시 찾은 전시회에서 정우철님에게 사연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이런 공감과 위로를 받는 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때론 웃기도 하지만, 나의 삶과 연관지어 공감하고 위로 받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생책이 뭐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림이든, 책이든, 내 인생을 뒤흔드는 공감과 위로를 받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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