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트리플 28
김남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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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는 자음과 모음에서 발행되는 트리플 시리즈의 28번째 책이다. 출판사는 '세 편의 소설을 한 권에 모으는 방식을 통해서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집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흥미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으며 독자들은 당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다.'라고 트리플 시리즈를 소개한다.

 '파주', '그런 사람', '보통의 경우'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 되어 있다. 모두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한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파주의 '현철'은 복수를, 그런 사람의 '나'는 도망치는 것을, 보통의 경우의 '지수'는 그냥 받아들인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

그건 너무 쉬워.

미안하다고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어느 날 갑자기 현철이 찾아왔다. 나와 동거 중인 남자친구 정호의 군대 후임으로 정호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현철은 괴롭힘의 댓가로 1년동안 100만원씩 보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직장으로 괴롭힌 증거를 보내겠다고 말한다. 정호는 괴롭힌적이 없다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누구나 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하지만 끝내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시시한 복수,

아니, 시시한 보상에 성공한 현철,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나,

어떤 것보다 시시한 나



 나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일을 좋아하지도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은 채 꾸역꾸역 돈을 벌고 있다. 정호가 현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끊임없이 생각을 하면서도 정호를 떠나지도 않고 계속 함께 산다.

현철에게 1년의 보상이 끝나고 둘은 일산으로 이사를 해서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냥 안주하는 '나'는 그러한 자신을 참으로 시시하게 생각하면서 가끔 현철을 생각하곤 한다. 현철의 복수가 '나'에게는 어떤 대리 만족이 아니었을까?





 파주는 군인과 LG디스플레이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 부모님 직업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상당수가 군인, LG직원이다. 그래서 파주를 배경으로 삼은 것 같다. 군대에서 학대를 당했고, 100만원이라는 돈을 1년 동안 줄 수 있는 잃고 싶지 않은 탄탄한 직업이 필요했으리라.

 현철의 복수가 시시하다고 했지만, 나는 무척 적극적인 복수라고 생각했다. 피가 낭자하고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만이 대단한 복수가 아니다. 1년 동안 사람 피 말리는 것이 어찌 시시하다 할 수 가 있는가? 부디 그 1년의 시간을 통해 현철이 아픔에서 해방되었기를 바라본다.

수록된 3편의 단편 모두 주인공들이 당한 폭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말해 주진 않는다. 마지막 보통의 경우만 조금 나왔달까?

 3편이 수록되는 만큼 파주의 주인공인 나/현철/정호 세 사람 각자의 시점으로 3편의 단편이 만들어졌어도 재밌었겠다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럼 어떻게 학대를 당했는지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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