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29.jpg)
테메레르로 유명한 나오미 노빅의 업루티드의 가제본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업루티드를 읽으면 왠지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알폰스 무하의 소박하지만 당당하고 매혹적인 슬라브계 소녀들이 떠오른다.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로 유명한 판타지 작가지만 그녀의 소설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다.
장편 소설을 읽는 걸 좀 두려워하는 편이라, 멋진 소설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이번이 그녀의 소설 첫 경험이다.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신화나 전설을 기반으로 한 설화집(정확히는 동화)를 좋아하는 나의 성향이 가장 컸다. 그리고 동유럽 슬라브권 동화는 북유럽권 동화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가 있다.
그런 호기심에 끌려서 보게 된 업루티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2.jpg)
예쁜 해외 표지들~ 우드에게 잠식된 마을의 상황을 잘 나타낸 느낌이다.
판타지 소설이 가끔씩 어렵다 생각되는 점은 세계관과 그에 따른 용어들이다.
업루티드에도 그런 낯선 용어들과 세계관이 등장하긴 하지만, 의외로 간단하긴 한데, 주문이나 기타 용어들이 읽어도 읽어도 낯선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여러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비교적 쉽게 적응하며 읽었다.
동유럽 어딘가의 폴니아 왕국은 인간의 탐욕으로 자라는 우드라는 존재에게 오랫동안 저주받고 있다.
우드에게 잡히거나 열매를 먹어 오염되면, 우드의 세계로 잡혀가거나 폭주해서 죽일 수밖에 없다.
우드의 저주를 피하고자 십 년에 한 번씩 강력한 마법사이자 왕의 신하인 드래곤에게 열일곱 살의 소녀를 재물로 바쳐왔고, 그 소녀들은 십 년 후에 다시 마을로 되돌아간다.
드래곤은 소녀들을 손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소녀들은 여인이 되어 마을에 돌아와서 마을에서 다시 적응하지 못하고, 정부가 되거나 도시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산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4.jpg)
드래곤은 실은 우드에게서 마을과 왕국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실은 우드로부터 마을과 왕국을 지키는 드래곤은 고마운 존재기도 하지만, 불사의 존재이기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십 년에 한 번씩 17살 소녀를 데려가는 점이 마을 사람들과 소녀들에게는 더욱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붙잡혀가서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말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몰라, 꺼리게 되는 상황. 마을에서는 아예 가장 뛰어난 소녀에게는 드래곤에게 보낼 것을 대비해서 관련 교육까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마을 제일의 아름답고 영특한 소녀 카시아와 그녀의 친구이자 평범하지만 왈가닥인 아그니에슈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카시아가 선택받으리라 생각했으나,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건 의외로 평범한 아그니에슈카.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5.jpg)
업루티드를 보면서 살짝 떠오른 러시아 영화 드래곤 : 용의 신부.
드래곤의 성에 잡혀간 아그니에슈카와 드래곤의 동고동락의 삶은 마치 미녀와 야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용당하거나, 인간의 권력에 휘둘리는 게 싫어 사람들에게서 고립된 삶을 살아와서 소통하는 면이 현저히 부족한 드래곤.
야생에서 자유롭고, 부담 없이(어차피 드래곤에게 선택받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살았다.) 살아왔던 아그니에슈카는 천방지축이다.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 여기저기 적혀있는 메모는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이것이 아마 바바 야가(슬라브 지역 설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6.jpg)
슬라브 지방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숲속 마녀.
아름다운 바실리사(신데렐라와 같은 느낌)라는 러시아 동화에 등장한다고 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7.jpg)
전임자인지, 아니면 전설의 마녀 바바 야가가 쓴 메모인지 몰라도 메모는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을 쫓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사람들로부터 오랜 기간 고립되어 세상을 잘 모르는 듯한 드래곤과 일단 해보자 주의인 천방지축 말괄량이 아그니에슈카는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며, 아그니에슈카는 드래곤의 마법 견습생으로 마법을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도 참 우스운 게 아그니에슈카가 본능적, 직감적으로 마법을 응용하는 느낌이라면, 드래곤은 정석대로 따르는 느낌이어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대립이 재미있다. 몇 백 년 동안 해왔는데도, 단번에 해내고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자기 방식대로 마법을 적용하는 걸 보면서 드래곤이 분통 터트리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었다. 마치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는 살리에르처럼.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8.jpg)
드래곤 용의 신부에서는 용이 되고 싶지 않은 용과 신부로 바쳐진 소녀 간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서도 드래곤은 인간에게 휘둘리기 싫어 스스로를 고립시킨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드는 카시아를 납치하고, 이를 구하기 위해서 무모하게 뛰어드는 아그니에슈카와 어쩔 수 없이 말려드는 드래곤. 평화롭던 드베르닉 계곡 마을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여기에 아주 예전에 우드에게 납치된 폴니아 왕국의 여왕을 찾으려는 마렉 왕자와 왕실 마법사 간의 정치적 다툼과 음모까지. 나오미 노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쓰고 대체 역사소설이라고 읽는다.)답게 단순한 동화의 느낌이 아니었다.
과연 폴니아 왕국은 우드의 저주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우드의 저주에 묶인 카시아와 왕비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적지 않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는 마력을 지닌 소설이고, 그렇기에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영화사들이 판권 경쟁을 했다고 한다.
어서 빨리 영화화되길 바라며, 슬라브 지역의 이국적인 설화를 좋아하신다면 실망하지 않으실 것이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 읽었던 폴란드 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 자신이 폴란드계여서 그런지 소설 제목부터 작가의 정체성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의 느낌이 낯설지 않고 매우 친숙하다.
엄마가 어린 시절 읽어주던 동화책의 이야기와도 같은 업루티드.
평범하고 콤플렉스투성이의 말괄량이 소녀가 자신의 운명을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은 아쉬운 대로 이 작품을 살짝 모티브로 삼은 것 같은 느낌(혹은 같은 슬라브 지역에 떠도는 이야기로 만든 느낌) 이지만, 업루티드보다 로맨스에 많이 치중한 느낌의 러시아 영화 드래곤 용의 신부도 한 번 감상해보시길.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용기 있게 개척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103/pimg_7136721361809639.jpg)
업루티드의 느낌이 살짝 풍기는 이 작품을 보면서 원작이 영상화되면 얼마나 멋질지 상상해봅시다.(개인적으로 2% 아쉬웠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