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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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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드라우닝 풀.
영화화가 되어서 화제가 되었던 전작 걸 온 더 트레인에 이은 폴라 호킨스의 신작 인투 더 워터.
전작이 스릴러라기보다는 히치콕의 고전 영화를 연상시키는 심리 스릴러물에 가까웠다면, 이번 소설은 스릴러물에 더 근접한 소설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결말이 궁금해져서 페이지 터너(숨 막힐 듯이 재미있는 책)라고도 불리는 소설을 쓰는 그녀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를 놀라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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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빠져서 익사한 햄릿의 오필리아처럼 소설 속 마을에는 드라우닝 풀이라 불리는 강에서도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과거의 어떤 사건 이후로 고향을 떠나있었던 주인공 줄스는 언니 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시 고향에 오게 된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고향과 가족을 격리시킨 채 홀로 조용히 살아왔던 줄스이기에 다시 고향으로 가는 자체를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녀의 과거에 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하지만 소설은 궁금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줄스와 언니 넬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주변 인물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전작은 많아봐야 3~4인물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 주인공의 상황으로 변주를 주었다면 이번엔 그보다 3배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 의외로 소설은 전작만큼 혼란스럽지 않다.
또한 드라우닝 풀이라는 불길한 명칭의 마을의 강에 얽힌 과거 사건 사고들에 대한 언니의 기록들도 간간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건들에 대한 기록은 때론 결말에 대한 암시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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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가장 큰 단서는 결국 이 부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소설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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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메모와 원고들을 발견한 줄스. 벡퍼드 드라우닝 풀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다.
중세 시대부터 마녀를 강에 빠뜨리고 물에 가라앉으면 사람이고, 물에 뜨면 마녀라고 판정받는 장소였던 드라우닝 풀.
백퍼드에 있는 그 강에서 아주 예전부터 여성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건 현재 줄스의 언니 넬이 죽는 사건까지 이어진다. 성공한 사진작가이자 작가인 넬은 그 강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별다른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채 변사체로 떠오른다.
그녀는 과연 자살을 한 것일까? 자살을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처음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다짜고짜 엄마는 자살을 선택한 거라고 이야기하는 딸인 리나.
넬이 죽기 전 같은 장소에서 먼저 죽은 리나의 친구 케이티를 둘러싼 사건까지, 사건은 점차 과거 드라우닝 풀에서 죽은 여자들에 대해서까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심지어 주인공인 줄스의 마을에서의 과거 사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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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마을이 연속되는 여성의 사체 발견으로 발칵 뒤집힌다.
조용한 시골 마을 속에 있는 드라우닝 풀은 바라보고 있노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심연, 누구도 알지 못할 깊숙한 비밀을 숨겨놓은 장소 같다.
추리소설이나 현실 세계에서 고요할 것만 같은 시골 동네에서 의외로 엄청나고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건 고립되어서 그런 것일까. 마을 사람들끼리 단합해서 일까.
그리고 인간의 상식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들은 왜 벌어지는 걸까.
이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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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는 내내 궁금했다. 주인공 줄스는 왜 언니를 그렇게나 싫어한 것일까.
그리고 조카인 리나 또한 이모를 멀리한다.
인물 저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모두 다른 견해와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기억에 따른 결론을 저마다 내리고, 오해를 한다.
그 오해가 처음으로 충돌하는 순간은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모이면서인데,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심연 속에 조용히 묻혀있던 사건들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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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스는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과거 자신의 끔찍했던 기억 속의 남자와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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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 속에서 사건은 꼬리를 물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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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로부터 모든 문제는 발생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여성 혐오란 같은 여성에게서도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은 문제 될만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지 못해서 오는 오해와 기억의 변조로 인한 증오로 인해 더 큰 불씨가 된다고 알려주고 있다.
올해 개봉했던 영화 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처럼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한다. 왜곡된 기억을 과연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모두 자신에게 있어서는 선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방어하지만, 그것이 선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폭력의 기억은 유산처럼 물려받게 되어 있고, 어릴 적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기억은 너무도 쉽게 왜곡될 수 있어서, 결말 부분까지 과연 어떤 동기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쉽게 예측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색다르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처럼 강력한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결말까지도 팽팽하게 긴장감을 조여줬던 작품이었다.
요즘 같은 계절에 읽으면 가슴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소설.
전작보다 더 흥미진진해져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