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두 소녀가 함께 나무에 앉아있는데, 다리가 두 개입니다. 

예쁘고 앙증맞지만, 표지 일러스트만으로 아련한 느낌을 주는 책.


결합 쌍둥이, 샴쌍둥이에 대해서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언론 매체에서 꽤 많이 보여주기에 익숙하기는 했지만, 실제 그들의 삶에 대해서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곤 했다.
대부분의 결합 쌍둥이는 성인이 되기 전에 분리 수술을 하곤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슬퍼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곤 했다. 

영화 빅 피쉬에서 봤던 중국의 샴쌍둥이를 보면서, (실은 영화 빅 피쉬에서는 주변에서 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기도 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저렇게 살아있다니 기적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빅 피쉬에서 나오는 아빠는 선입견 없이 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지만, 사라 크로산은 꽤 많은 작품을 출간하기도 했고, 국내에는 물의 무게라는 책도 이미 출간한 청소년 소설 쪽으로는 잘 알려진 모양이다. 


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표지가 있었다. 각각의 표지에 매력이 있다.

아일랜드의 작가 사라 크로산.


소설은 8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샴쌍둥이 티피와 그레이스의 삶을 그레이스가 내레이션 하듯 짧은 시 같은 산문으로 적은 기록이다. 
읽다 보면 개인 일기장이나 SNS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짧지만 때론 여운도 남고 강렬한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읽다 보면, 2차 성징이 있는 예민한 1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글들을 짧은 시처럼 적곤 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한 달 단위로 기록되던 일상들은 점차 초, 중순, 말, 아주 나중에는 날짜 단위로 기록되었다가 다시 월 단위로 돌아간다. 그만큼 소중한 시간과 일상을 조금이라도 잡아두고 싶어 했던 느낌이 전해져서 슬프기도 하지만,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가슴속에 누군가를 깊이 기억하면서.


남들 앞에서 평범해 보이고 싶고, 예민한 시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매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실화인 건가 싶을 정도의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가족들에게 때론 경제적 부담감이 되고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여동생에게까지 아르바이트를 시켜야 하는 자매들의 심정. 
자신들을 가족으로 둬서 혹여라도 동생이 힘들어하는 건 아닐지에 대한 걱정.
경제적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홈 스쿨이 아닌 공립학교에 보내져야 했을 때 동생이 언니들에게 하는 충고 등,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생활에 부분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그려져있다.
불경기 때문에 실업자 신세로 사는 아빠는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고, 외벌이를 해야 하는 엄마는 삶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간 학교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움츠러들다가도 또래 친구와 나누는 우정, 그리고 몰래 좋은 감정을 품게 되는 남자친구까지. 평범하지 않지만, 그 나이 또래 소녀들의 기록들이 소소하게 담겨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말 한마디와 눈빛 하나에 씁쓸함을 느끼는 동시에 다른 감정도 함께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일상은 소중해 보였다. 


존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는 그레이스에게 티피가 하는 말.


점차 기울어져가는 집안 사정에 자매들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방송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다. 돈의 여유가 생기자 여동생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기 위해 러시아로 여행을 보내고, 나머지 가족들도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뿔뿔이 흩어진다. 
자신들에게는 일상인 모습이 곁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때론 일어나서 걷는 일이, 작은 감기에도 그 후가 두려울 때가 있는 그들의 일상은 마치 떨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잎새 같은 느낌이다.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티피와 그레이스 자매를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때때로 혼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 때 서로를 강하게 느끼게 되는 두 자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슬펐다.
티피는 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레이스는 늘 참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은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주던 상대다. 샴쌍둥이의 경우에 다른 쌍둥이에 비해서 결속력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 결국 분리 수술을 앞두게 되었을 때, 짧았지만 즐거웠던 학교에서의 추억, 이들이 하고 싶어 했던 정말 소소한 버킷리스트는 삶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한 번이라도 평범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소중했는지.
때론 밉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욱 사랑했던 자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다.


언제나 함께였지만, 서로 떨어져야 할 시간에 두 자매는 두려워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너무나 우울해질 때가 있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삶이란 아무리 씁쓸하고 힘든 상황이라도, 저마다의 아름다운 빛깔을 지니고 있고, 살아있는데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다.
소설을 읽고 끝도 없는 우울함에서 빠져나오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