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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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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킴의 아트 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아트 페어를 자주 가지만, 인상적인 그림이나 일러스트는 잘 기억해도 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헨킴의 일러스트를 접했지만, 누구인지는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러던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우연히 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책의 제목도 매우 좋았지만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어서 끌렸던 작품이었다. 현암사에서 출간하고 이다혜 기자가 쓴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였는데, 이 일러스트에 끌려서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여러 페이지의 책의 어느 한 페이지에 깊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과 달을 보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어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더 큰 혼란의 페이지로 뛰어들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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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본 이다혜 기자의 에세이집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일러스트에 혹했었던 기억이.
그래서 너무나 반가웠던 헨킴의 아트 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킴의 일러스트는 흑백으로 그려졌다.
칠흑 같은 어두움과 구원 같은 빛의 세계는 서로 대립하는 느낌이 아니라 보완하는 느낌이다.
흑백이 서로 섞인 그레이 톤의 색감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둡지만 완전한 어두움이 아닌 은은한 빛이 있어서 무섭지 않고,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그림 에세이는 크게 네 가지 파트로 되어 있고, 자기 위로의 느낌이 강한 [밤이 되길 기다렸어], 관계의 위로를 다룬 [너와 나], 꿈의 위로를 다룬 [good night], 휴일의 위로를 다룬 [sunday mood]로 공통된 주제는 어둠 속의 달빛 같은 위로의 감정이다.
아무래도 가장 공감이 많이 가는 일러스트가 많은 파트는 [밤이 되길 기다렸어]다.
이리저리 지친 내 마음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 같아서 좋은 일러스트들이다.
현대인의 퍽퍽한 하루 일상을 마무리하는 느낌의 일러스트가 많아서, 밤에 읽으면 더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 같다.일러스트의 전반적인 느낌은 흑백의 조화로 굉장히 깔끔하고 단아하지만, 뭔가 뒤틀리거나 꼬인 느낌이 있다.
동양화 같은 느낌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그림들인데, 보고 있노라면 어느 작품은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다가도 비비꼬인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어둡고 아름답게 뒤틀린 환상을 그린다는 한마디가 딱 와 닿는다.한 여름밤 작가가 그린 환상 속으로 한 번 푹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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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서 그런지 한껏 와 닿은 이 그림. 정말 욕조 안에 몸 담그고 싶은 무더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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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에게 안녕을 고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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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한마디도 못하는 답답한 심경을 무인도에 버려진 메시지가 가득 담긴 병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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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심정을 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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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악몽을 꾸거나, 달콤한 꿈을 꾸거나 그 모든 건 한여름 밤의 꿈만큼이나 덧없지만 그래도 꿈은 나를 위로해준다.
한남동에 있는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에도 갔다 왔는데, 그림 에세이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나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욱 잘 느껴지는 전시였다.특히 낮보다 저녁 이후에 가면, 친구와 함께거나 혼자라도 괜찮은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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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킴의 전시회 "미지에서의 여름" 야자나무에서 달 해먹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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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모아 당구장 안의 전시회장에 있는 해먹. 전반적인 느낌이 낯선 섬에 휴가 온 기분이다.
대형 달이 걸려있는 뒷배경으로는 반짝이는 별들이 있고, 달 아래 있는 의자에서 앉아 별을 감상하며 음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온다. 대형 달을 바라보면서 친구와 함께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있노라면 하루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질 것 같다.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지나가면 불이 켜지는 조명에 그려진 일러스트도 멋지고 신기하다.
전시장 안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인데, 어딘가엔 해먹도 걸려있고, 휴식 의자도 있고 바도 있는 매우 편안한 분위기이다.
의자에서 그냥 잠을 자도 될 것 같다.
한때 당구장이었던 곳을 개조한 곳이어서 그런지 관련 기념품도 당구와 관련된 초크 지우개, 당구공 사탕 걸 판다.
작가가 관람객에게 선사하는 휴식과 위로의 느낌이다.
10월 1일까지 무료로 전시한다고 하니 이태원이나 한남동 갈 일 있으면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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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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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가운데에는 바가 있어서 맥주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앞쪽에는 당구장 물건과 함께 전시 굿즈와 미술관 굿즈를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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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 중 가장 큰 의미를 차지하는 달. 저 아래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바에서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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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러스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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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자 쪽에 있는 일러스트와 조명. 티백 속에 숨어서 푹 젖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의 일러스트 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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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포스터 굿즈. 타투랑, 스티커, 엽서, 책을 함께 파는데, 타투 스티커와 함께 좀 탐났던 굿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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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 찍을 수 있는 도장도 존재하는데 꽤 멋지다. 전시의 흔적을 남기고 싶으신 분은 다이어리에 찍어가셔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