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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평점 :
남과 다르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던 시대에 자라서 그런지,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과 원래 나 자신과의 괴리감을 많이 느꼈다. 사회적으로 바라는 여자에 대한 고정 관념과 기대하는 모습에 나 자신을 억지로 짜 맞추면서 살다 보니 좌절감이 느껴졌다. 막연히 나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몇 살쯤이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왜 나만 뒤처지는 걸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괴로웠다. 평균 연봉, 결혼 시기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정부에게 외면받고, 사회 내 어딘가에도 끼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정책이나 혜택이 내 또래만 비껴가는 느낌이었다. 아직 뭔가 더 하고 싶은데, 낄 자리가 없었다.
내가 어딘가 비정상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정상인가>를 읽게 되었다. 고작 200년밖에 되지 않은 '정상성' 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현대적 집착이 된 기원에 대해서 정리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저자인 사라 채니 또한 젊은 시기 튀는 행동으로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정상이고 싶어 했고, 그 상황에 의문을 품게 된다. 7장으로 구성된 책은 정상성은 어떻게 생겨나고 적용되어 왔는지의 기원에 대해서 살펴본 뒤 몸, 마음, 성생활, 감정, 아이들, 사회로 세분화해서 정상이라는 개념을 분석한다.
책 속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챕터는 아무래도 2장 <내 몸은 정상인가>이다. 어느 시기이건 아름다움에 대한 비정상적 욕구에 시달렸던 여성의 삶과 역사를 패션과 유행을 통해 접하고 있어서인가. 관련 부분을 읽으면서, 몸무게 최하점을 겪을 때조차 살을 빼야 한다는 말을 들었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이상적인 몸무게와 몸의 평균 사이즈의 틀에 시달리면서, 다이어트와 운동에 매진하기도 했었다. 건강에 이상이 오면서 치료를 하던 중 찐 살이 잘 빠지지 않으면서, 잘 모르던 타인들의 말과 태도가 상당히 무례해지는 게 느껴졌다. 가깝다고 느꼈던 친구들과 가족들의 반응을 보면서 더 힘들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까지, 숫자로 기록되는 암묵적인 평균 사이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군다나 코로나 이전부터 살찐다는 것은 자기관리의 실패로 보기까지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보면 정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닫게 된다. 사실 정상으로 분류되는 무언가로 사회적 기준이 맞춰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특히 인간의 역사 중 큰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대전 중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던 인종 차별적인 상황들. 특정 인종과 외모가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그 논리가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 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정해놓은 사이즈로 만든 조각상 노르마. 실제 사이즈만 비슷한 사람을 나란히 세워놨을 때 다가오는 괴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왜곡된 이성상의 기준을 선사하는 아이돌 그룹이나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그 틀에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이 많다. 옷을 고를 때 프리 사이즈는 실제로는 마른 체형의 사람들만 입을 수 있는 사이즈일 뿐이다.
마지막 장인 <사회는 정상인가>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 큰 질문을 던지는 장이라고 생각했다. 정상과 평균이라는 기준에 맞춰서 살아왔던 모든 사람들이 가지게 된 기형적인 부작용이 아닐까? 그 기준이 너무 높고 엄격한 것은 아닌지, 이제 우리 모두 잠시 멈추고 돌아봐야 할 때가 왔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연 정상인가에 끊임없이 의문점을 느끼고 질문해 봐야 한다. <나는 정상인가>는 그런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는 책이라기 보다,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견해를 보여주는 책이다. 팬데믹 이후에 생겼던 커다란 부작용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의문점이 생기시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겠다.
책 속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문구가 있어서 기록으로 남겨본다.
일상이란 별거 아니야. 너한테 익숙한 게 곧 일상이거든.
이 상황이 지금은 일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게 곧 일상이 될 거야.
마거릿 애트우드 - 시녀들 (리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