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든, 영화든 나의 상황과 너무 가깝게 맞닿아있는 작품은 제대로 읽고 보기가 힘겹다.
회피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바로 문제에 직면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책 제목인 <어른이라는 혼란>을 보면서, "난가?"라고 느낄 정도로 내 마음과 머릿속을 헤집어놓은 것 같은 책의 2장까지 읽었을 때, 너무 공감 가고 뼈 때리는 말들이 많아서 읽기를 잠시 중단했었다.
미세먼지로 인한 편두통으로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작년에 시도해 봤던 것들을 간신히 성취해 내면서 길고 긴 무기력감에서 해방되리라 믿었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과 작년 말에 있었던 커다란 사건과 개인적으로 겪어야 했던 주변 상황들은 나를 다시 무기력으로 빠뜨렸다.
한때, 먼저 이런 상황을 겪었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은 원치 않는 충고나 조언(=오지랖)을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그땐 미처 몰랐었다.
더 가라앉을 밑바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모르니까 철없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좌절감과 슬기롭고 자신을 위할 줄 알았던 사람들은 슬기롭게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상담을 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나는 혼자서 끙끙 앓을 뿐이었다.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고, 무언가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예전처럼 글을 편하게 쓸 수 없었고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때론, 너무 우울해서 침대에만 누워있는 날이 길어졌다.
간신히 쥐어짜서 작성한 글들은 엉망진창이었고, 읽을 때마다 자괴감만 들었다.
마감 시간이 지나가거나, 포기하기도 했었다. 도무지 한 문장도 적을 수 없었던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결국 쓰게 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일단 그냥 쓰라는 조언 때문이었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집중을 하게 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목차를 보면서, 이건 내 내면의 일기장인 것일까 생각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