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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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의 저자 대니얼 J. 레비틴의 4번째 책

엄청난 스트레스로 시달리던 때,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TED 영상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이었는데, 자신이 겪었던 일을 예로 들면서 차분히 "사전 분석"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인간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졸을 분비하고 몸 전체의 기능이 차단된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차단되는 기능 중 하나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예측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거나, 애초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외출하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 허비를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는가? 그럴 경우, 눈에 띄는 곳에 물건을 두거나 정해진 장소에 정돈해두는 습관을 들인다. 위험요소를 미리 차단 시키거나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시키면 간단하다. 동영상을 보면서 모르는 내용은 분명히 아닌데, 늘 외출하기 전에 허둥대면서 뭔가를 늘 하나씩 빼먹는 건 어떻게 해야 고쳐질까를 고민했었다. 정리를 잘하고, 체계적으로 될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내용이지만 정리와는 담을 쌓았기에 동영상 보면서도 납득은 되지만, 실천은 역시 잘 안되었던 이야기였다.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음악인류>의 저자인 인지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음반 프로듀서인 다니엘 J. 레비틴이 <노래하는 뇌>에서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도록 진화하는데, 음악 본능을 6가지 노래로 설명한다. 6가지 노래는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노래이며, 인간이 삶 속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를 통해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클래식 음악들(특히 모차르트의 음악), 너무 시끄러운 음악이 아니라면 산모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태아가 반응을 하기도 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듣는 음악은 태어난 뒤부터 죽 듣는다.

아기를 재울 때 불러주는 자장가, 속셈 학원에서 구구단을 배울 때, 언어(한글, 영어)를 배울 때 외우는 노래가 존재한다. 그뿐인가? 놀이 문화에서도 노래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고무줄, 술래잡기, 손으로 하는 놀이, 학교나 교회에서는 성가대나 합창단에 들기도 하면서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배운다. 단체 생활이나 활동을 할 때도, 응원가나 국가로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랑을 할 때, 고백이나 프러포즈를 할 때도 어김없이 노래가 함께 한다.

이처럼 노래는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

인간이 다른 종과 구분되고, 문명이 발전할 수 있게 해준 요소가 바로 "음악 본능", 즉 "노래하는 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의 본성, 뇌와 음악의 상호작용, 진화와 사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맡아온 역할, 인간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을 들여다본다. 음악은 인간의 기분과 뇌에 영향을 끼친다. 슬플 때는 위로받기 위해 슬픈 음악을 찾고,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종종 음악은 다른 문화의 언어의 뜻을 모르면서도 이해하게 해준다. 어렸을 때 인기 팝송의 가사를 모두 이해하면서 부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불렀던 노래는 가사가 모두 기억난다. 지금 다시 외워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려면 잘되지 않지만, 어린 시절에 불렀던 노래는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음악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말이나 글과 비교해 보면, 시와 가사는 상대적으로 의미가 압축되어 있다. 그 뜻을 해석하기 위해 찬찬히 읽어보면서, 의미를 생각해 본다. 평소와는 다르게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음악이 가진 형식이 사람들에게 정서적 메시지로 기억에 강력하게 남는다. 영화를 볼 때도, 뮤지컬을 볼 때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넘버 가사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우리는 금세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음악이 없다면 평범하게 지나칠 장면도, 음악과 가사와 함께 명장면으로 남기도 한다.

이것이 노래 가사의 힘이다.

한 곡의 노래에 들어 있는 리듬, 멜로디, 화음, 음색, 가사, 의미가 하나로 묶여 서로 뒷받침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모호하거나 불분명하고 모순되는 요소가 있더라도 다른 요소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노래하는 뇌 / 다니엘 J. 레비틴 -44p

저자의 전작들처럼 책에서는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진화 과정 속에 존재해왔었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6가지 노래의 각 장마다 음악 프로듀서를 했던 경험을 살려서 스팅, 비틀스, 존 레넌, 조니 미첼 등등 유명 가수나 그룹들의 노래와 사건들을 예로 들어서 알기 쉽게 에세이 형식으로 전달한다.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동기화된 조화로운 노래와 움직임이었다.

함께 음악을 부르면, 사람들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확립하는데 관여하는 신경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고된 노동을 하거나, 전투를 앞두고 있을 때,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하는 노래와 춤은 집단을 결집시킨다.

필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고, 사회와 문명을 건설하기까지 수많은 노래와 춤이 함께 했다. 때론 적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아군의 사기를 높여주기도 했다.

뇌 적응에 도움이 되는 목표를 추구하도록 진화를 통해서 포상과 처벌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 보상과 체벌은 우리의 감정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통증은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게 막으려고 만들어낸 방법이며, 쾌락은 번식, 먹기 잠자기 등 적응하기 편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되는 이유는 왜 그럴까?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슬플 때 분비된다. 슬픔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기에 진화론적 필요로 존재한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슬픔>의 중요함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5가지의 감정이 조화롭게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해 주지만, 무엇보다 슬픔이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은 사랑의 노래다.

앞까지 작성해온 노래들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뛰어넘는 사랑의 노래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작품이다. 저자의 전작들은 주로 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원리를 과학적이고 설득적으로 이야기하는 책 들이었기에 그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국내외 모든 분들에게 많이 읽혔다.

뇌과학 분야와 자기 계발서에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치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었기에 대중적으로 친숙한 노래와 가볍게 입문하는 책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는 뇌>를 역설적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면 이상할까?

어제 본 영화를 떠올리면서 남는 건 결국 영화의 엔딩곡이라는 사실에 납득이 가면서 이 책이 몹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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