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본 순간 떠오른 건 우리 오빠였다.
"이 책을 우리 오빠를 위한 헌정서같은 책이로구나!"라고 생각했다.
게임을 좋아했고, 진정으로 게임을 즐길 줄 알았던 오빠. 정말 게임을 좋아하고 한때 게임 동호회까지 운영했던 오빠보다, 그냥 곁에서 오빠의 게임 플레이를 보면서 실패할 때마다 마냥 즐거웠던 나는 비디오 게임업계와 온라인 게임업계에 잠시 발 담그기도 했었다. 되돌아보면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꽤 긴 세월 동안 함께 했던 취미생활이자,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문화코드 중 하나였다.
자칭 고전 게임 칼럼니스트이자 비디오 게이머 경력 40년을 자랑하는 레트로 게임계의 고인물이라는 꿀딴지곰님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집콕 생활을 주로 하면서 혼자 잘 놀았던 어린 시절 속에서 기억이 남는 추억 중 한 가지는 게임과 만화책이었다.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
았지만, 오빠와 엄마가 나보다 더 좋아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빠에게 하라고 사준 게임기를 엄마도 종종 즐겁게 플레이하셨다는 점이다.
한때 우리 집은 아빠를 제외하고 모든 가족이 게임과 참 가까웠던 시절이 있었다.
리모컨을 접수한 사람은 주로 오빠였기에 어릴 때부터 내 취향을 찾기 보다 오빠 취향의 영화와 게임, 책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던 것 같다.
요즘 레트로라는 단어로 90년대 패션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유행하고 있다.
게임도 예전 게임이 유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네 영화관 곁에는 레트로 게임기가 있다. 가끔씩 앉아서 플레이해 보면, 그 시절 그 때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놀 거리와 자극이 가득한 현대와 달리, 전통 놀이와 게임기를 함께 병행하던 시대였다. 따지자면, 놀이문화조차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점에 있던 시대를 살고 있었다. 넘쳐나는 정보와 놀이거리, 문화 정보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요즘과 달리 오히려 당시엔 한정된 정보로 놀이문화는 자연스럽게 친구와 가족끼리 소소하게 공유되었다. 그렇지만 모두 같은 것을 즐기면서 서로의 감상을 자유롭게 공유하던 시대였다.
저자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게임의 태동과 역사를 4부에 나눠서 다뤘다.
게임에 어떻게 가까워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부터 유행하던 게임기와 게임회사들의 흥망성쇠, 킬러 타이틀 등 다양하게 다뤘다. 80년대 문방구에서 시작된 게임문화는 콘솔 게임기와 아이큐 2000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열게 되었다.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잡지, 오락실의 성장과 세가와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의 비약적인 성장, 게임보이 어드밴스의 등장. 2000년대 오락실의 쇠퇴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 현대에 레트로 게임의 붐까지 상세하면서도 간략하게 정리해뒀다.
문방구 아닌 오락실에서 게임하거나, 집에서 게임기로 게임하던 오빠를 보면서 자랐던 어린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