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나 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깨달았던 점이 있다.
타인의 즐거움을 위해서 일하는 건 고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회사에서 운영파트에서 일했던 나는 3교대 근무를 했었다. 루틴이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은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미술관도 마찬가지, 남들 놀면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빨간 날 없이 주 6일 근무해야 했다.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미술관을 빨리 닫는 동절기에는 좀 더 일찍 끝났지만, 덩달아 수입도 줄었다.
그렇다면, 재미를 추구하며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PD로 일한다는 건 어떨까?
평소에 노잼 캐릭터에다가 TV에서 가장 보지 않는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주로 뉴스, 다큐멘터리, EBS 교육방송 애청자이고, TV로 지대넓얕의 지식을 쌓고 정보를 얻는 사람이어서인가. 예능을 보는 것이야말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인기 있는 드라마 정도만 간혹가다 본다. TV로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는 영화 관련 프로그램 정도다.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기 위해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유튜버와 SNS, 음성 기반 플랫폼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
주로 글쓰기 중심 콘텐츠를 작성하지만, 그 외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으로 콘텐츠 제작이 기본이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정체성과 기록이 브이로그로 대체하는 영상 시대 속에서 나만의 개성을 지닌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할 수 있을지 다들 고민이 많다.
요즘은 유명 유튜버가 오히려 방송국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으로 팁을 전수하기 위한 강연을 가고 있다. 역으로 치열했던 방송국 예능 PD로, 일명 재미지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경험담은 콘텐츠 춘추전국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날로그 시절의 끝자락 무렵에 공대를 졸업하고 방송국에 입사해서, 엄청난 변혁기를 몸소 20년간 겪어왔다. 카메라 한대 들고 촬영하던 시대는 가고, 프로그램 하나 찍을 때도 여기저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시대가 왔다. 공중파 TV에서 케이블 TV 시대로, IPTV에서 OTT와 유튜브, 모바일 시대로 콘텐츠를 접하는 플랫폼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 모든 걸 겪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노하우가 뭘까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