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지막 권을 읽으면서, 맨 처음 접했던 마일로 작가님의 극한견주가 떠올랐다. 읽으면서 이분 정말 뭔가에 진심이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넘치는 에너지로 집중해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귀차니즘의 절정인 나는 부럽기도 했다. 극한견주를 보면서 대형견에 대한 로망은 일찌감치 버렸지만, 주변 견주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견주들은 참 부지런하구나, 그러니 부지런하지 못한 나란 인간은 애당초 견주는 꿈에도 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명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은 전해져서 나도 모르게 길냥이를 한동안 열심히 돌봐줬던 기억이 있다. 웹툰의 진심이 전해져서 나 같은 귀차니즘의 소유자를 움직이다니 놀라운 경험이었다.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생각해 보면, 작가님을 통해서 식테크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식물 똥 손의 자신감을 뭔가 시도해 보게 하는 쪽으로 유도해 주셨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던 식물 키우기에 대해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시도해 볼까를 생각해 보게 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존재했던 식덕인 아빠와 친구의 마음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식물이 엄마와 나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은근 서운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피우기 힘들다는 난이 꽃피웠을 때 환하게 지으시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가 식물을 가꾸면서 찾았던 건 마음의 평온이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