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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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마지막! 솜이 인형은 덤!

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지막 권을 읽으면서, 맨 처음 접했던 마일로 작가님의 극한견주가 떠올랐다. 읽으면서 이분 정말 뭔가에 진심이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넘치는 에너지로 집중해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귀차니즘의 절정인 나는 부럽기도 했다. 극한견주를 보면서 대형견에 대한 로망은 일찌감치 버렸지만, 주변 견주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견주들은 참 부지런하구나, 그러니 부지런하지 못한 나란 인간은 애당초 견주는 꿈에도 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명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은 전해져서 나도 모르게 길냥이를 한동안 열심히 돌봐줬던 기억이 있다. 웹툰의 진심이 전해져서 나 같은 귀차니즘의 소유자를 움직이다니 놀라운 경험이었다.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생각해 보면, 작가님을 통해서 식테크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식물 똥 손의 자신감을 뭔가 시도해 보게 하는 쪽으로 유도해 주셨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던 식물 키우기에 대해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시도해 볼까를 생각해 보게 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존재했던 식덕인 아빠와 친구의 마음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식물이 엄마와 나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은근 서운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피우기 힘들다는 난이 꽃피웠을 때 환하게 지으시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가 식물을 가꾸면서 찾았던 건 마음의 평온이었나 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식덕 생활 중수를 넘어 고수로 넘어선, 꿀팁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들을 여럿 저세상으로 보내면서 직접 터득한 지식과 소위 장비 빨 지식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와있다. 검색만으로는 알 수 없는 팁과 장비를 개조할 정도의 고수로 능수능란해진 작가 마일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요즘처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상한 정보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설마 호기심으로 직접 다 해보신 건 아니겠지? 떨어진 입이나 나뭇가지나 정보를 모르던 시절엔 그냥 버렸지만,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고부터 증식시키다가 감당할 수 없어진다. 인류의 문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농업의 발견을 이제서야 하기에 문명에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작가. 하지만, 그것 아시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E>에서처럼 인류의 문명의 시작은 농업으로부터 시작된다는걸. 식량 위기와 자연재해와 질병 속에서 생명공학이 유망직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농업은 모든 것에 기초다.


 



그래서인가, 작가의 꿀팁 중에 과일 씨앗들을 심어서 예쁜 화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확 와닿았다. 지난 작품들 속에서도 집과 텃밭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의 노하우를 알려줄 때마다 쏙쏙 들어온다. 최근 과일과 야채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가니까 자급자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가 공유하는 찐 정보 등을 읽고 있노라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이렇게 친절하게 공유하는 것일까 싶다.

그냥 버리기만 했던 과일씨들, 버리지 말고 다른 화분에 심어서 새싹이 자라면 소분하면 된다는 팁까지 알려준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서, 자원의 재활용에 대해서도 알뜰살뜰하게 알려준다. 먹던 물이나 수조 속의 물의 재활용부터, 화분의 흙의 뒤처리 방법까지 꽤 실용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작가가 식덕으로 살아가면서 변화하게 된 상황들도 재미나게 감상했다.

윤종신의 환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식덕이 된 이후의 세계는 너무나 다르게 보였다.

예전엔 무심하게 봤던 풍경들도, 실은 애써서 누군가 가꿔놓은 공간이라는 걸 알아서 감동받기도 한다.

식물원에 가서는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과 달리 큼직큼직한 모습에 감탄하기도 한다.

여행 갈 때도 동선에 있으면 보고, 아니면 생략했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집 앞에 새로 생긴 식물원은 꼭 방문해 보게 되었다. 커다란 식물원을 보면서 꿈을 꾸기도 하고, 식물에 좋은 환경 조성도 눈여겨본다.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식덕이 되어 본 세상은 모두 아름답기만 하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사람이 됐어요

관심도 없던 꽃 가게에서 발길이 멈춰져요

주머니 털어 한 다발 샀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 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 세상도 참 살아갈 만할 거예요

윤종신 - 환생


 

 




꽃 선물을 이해하지 못했었던 나도 최근엔 예쁜 꽃을 구독해서 매주 다른 꽃을 꽂아두고 싶다.

한동안 꽃 구독 서비스에 잠시 혹했었던 기억이 난다. 주변 지인 중에 양재동이나 고속터미널에서 꽃을 부지런히 구입하시고, 꽃 클래스를 진행하시는 분도 있다. 예전엔 관심이 제로였지만, 요즘은 관심이 간다. 삶이 퍽퍽하고, 안 좋은 일들이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서인가 아름다운 것들을 곁에 두고 보면서 마음을 힐링 시키고 싶다. 예쁜 것들을 눈에 담으면, 마음도 덩달아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산책이나 공원을 가서도 예쁜 꽃들을 보면 자꾸 사진을 찍어오게 된다.


 

 



식물로 꽉꽉 찬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식쇼(=식물쇼핑)하고 싶은 식덕의 깊은 마음까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다른 취미 생활로 덕질을 하고 있으니까. 작가의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작품 전반에 절절하게 그려져 있어서, 숨은 잔재미를 선사한다.

같은 식덕이신 분들은 십분 공감하실 내용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확실히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계속 이야기해왔듯이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서가 클 것이다. 사람에게도 충분한 광합성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광합성을 하지 못한 인간들은 어딘가 모르게 몸과 마음이 서서히 고장 나는 거 같다. 최근 그래서 사회적 문제가 커지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가까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집안에 아름다운 식물들로 가득 채워보는 것이 어떨까? 비록 물시중 드는 것 쉽지 않고,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식물을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구하는 위대한 첫걸음 아닐까?


 

 



일명 영화 <튤립 피버> 속 상황도 설명해 주시는데, 현재의 코인이나 블록체인 시장과 다를 께 뭐가 있는가. 도박처럼 하루아침에 알거지 되는 상황을 영화 속에서 보았는데, 상당히 무서웠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세속에서 멀어지면서, 식물나라에 푹 빠져보자. 그러다가 또 식테크도 해보고, 요샌 좋아하는 덕질로 나름 재테크도 겸사겸사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한마디가 마음속에 확 와닿았다. 왜 식물 이야기하다가 인간관계에서의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뼈 때리는 한마디였다.

이번 편에서는 웹툰에는 없었던 완결 기념 특별 에피소드까지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팬분들은 어서어서 구입해서 읽어보도록 하자. 마감을 끝난 작가를 기다리고 있던 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작가님은 존 윅을 흉내 내 신 걸까? 레옹을 흉내 내 신 걸까? 궁금하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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