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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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에 앞서 학창 시절에 남들이 한 번쯤은 빠져봤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할리퀸에 잠깐 발을 들여놨다가 뺀 기억이 있다. 1~2권,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정형화된 캐릭터들과 판에 박힌 스토리 전개에 실증이 나서 금세 읽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학창 시절 국어선생님들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는데, 그때 유행했던 유명 작가의 책에 대해서 언급하시면서 "언어파괴하는 책이니까 읽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작가 귀여니의 책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굉장히 큰 주목을 받으면서, 또래 친구들은 모두 그 책을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읽곤 했다.

요즘의 국어, 문학 시간엔 재미난 지문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우리 땐 굉장히 오래된 고전소설들 밖에 없었다. 그 작품들을 읽거나 접할 기회는 많지가 않기에,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게 때론 고맙게 느껴지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소설에서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친구나 오빠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던 일본 문학이나 영미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장르소설만 해도 SF과 추리소설, 과학소설 쪽으로 치중되어 있었고, 친구들과 공유할 만한 건 순정만화였지, 로맨스 소설은 아니었다. 로맨스 소설, 특히 영 어덜트 장르의 소설을 접하게 된 건 몇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 <복수 여신>이 궁금해졌다. 숏폼 콘텐츠가 유행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웹드라마는 좋아했지만 특정 장르로만 접해본 적은 없었다.


 

© cheezeFilm

얼마나 재미있길래,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150만 뷰, 누적 50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일으켰을까? 웹툰, 웹 소설, 웹드라마 등등 웹이 들어간 콘텐츠는 아이디어가 신선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시간에 참을성이 제로인 구독자들의 화제를 끌어모은다는 건 쉽지 않기에 그 비법을 배우고 싶기도 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원작인 웹드라마를 찾아보았다.

비슷한 듯했지만, 드라마와 소설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엔딩으로 향해갈수록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분이었다.

짧은 시간에 눈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시각적 비주얼과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대사를 잘 살린 웹드라마적 특색의 원작 작품은 엔딩이 약간 아쉬운 감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쫄깃함을 놓지 않았고, 218만 명 구독자가 선택한 웹드라마 채널 치즈 필름의 명성답게 재미있고, 신선한 구조였다. 소재는 흔하디흔한 학원 로맨스 스토리지만, 그것을 구성하고 변주하는 과정이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분명히 학원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도 어느 순간 로맨스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뒤집어놓는 강력한 반전이 존재한다. 이 느낌이 생각보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도 신기했다.


 



 

© cheezeFilm

총 5화로 구성된 웹드라마와의 차별점은 아무래도 오리지널 스토리로 들어간 <그해 여름>, <여름은 돌아온다>이다. 사실 초반부를 읽으면서,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타깃층이 확실한 소설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의 학교에서의 현실이 나름 잘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의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외모가 권력이자 무기가 되는 세상,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괴롭히는 상황들은 예전에 학교 다닐 때와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줬다.

학창 시절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가볍게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주인공 민선은 어느 순간 학원 폭력과 가스라이팅의 심각한 희생양이 되어 있었다.

통통한 여고생인 민선은 학교에서 가장 잘 생긴 일진인 호태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

소녀답게 설렘을 가지고 있는 순간, 알고 보니 가장 친한 친구는 셔틀에서 벗어나고파서 일진 패거리들에게 합류한 상태였다.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인 망신과 함께, 일진 패거리의 셔틀로 새롭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어버린 민선.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자, 단짝 친구인 진희의 특훈으로 복수를 위해서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을 빼고 외모에 공을 들여서,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한 민선은 여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자신을 절망하게 만든 모든 것의 원흉인 호태를 향해 복수의 칼을 겨누게 된다. 여빈의 복수는 과연 성공할까?



모두에게 익숙한 키워드인 외모 콤플렉스, 학원폭력, 가스라이팅, 학원 로맨스 등등을 잘 조합한 작품이다. 이야기 속엔 몇 번의 반전이 있는데, 장르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다.

웹드라마는 재미있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갔다면,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의 영 어덜트를 담당 편집했던 임지은의 표현은 유려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 바로 앞선 소설들을 편집담당했던 분의 글이었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들어간 <그해 여름>, <여름은 돌아온다>이 이 소설의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라마와는 다른 성장과 힐링을 주는 부분이기도 해서 완성도를 더 높인 기분이다.

무엇보다 실물을 100% 잘 살린 오천사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도 웹드라마 팬들에게 충분히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웹 콘텐츠에 관심 있는 분들이 꼭 읽어보시길 바라는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의 트렌드를 나름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평범한 작품으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또한 드라마와 소설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텍스트로 처음 접했을 때 반전 속에서의 당혹감과 신선한 구조는 나름 충격이었다.

많이 읽어본 분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장르를 처음 접할 때 보기 좋을 거 같다.

초판 한정으로 여빈과 호태 포토카드와 탑로더도 증정하고 있으니,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 팬분들은 주목하시길!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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