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렵단 말이야 맑은아이 5
양은봉 지음 / 맑은물 / 2022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랑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5살까지 살았던 청주에 있던 주택은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 구조였다.


서울로 이사 오기 전까지 늘 밤에 혼자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워서 엄마와 함께 화장실을 갔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인 지금도 어두운 밤거리는 여전히 무섭다. 그러니, 꼬꼬마에게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밤에 간다는 거 자체가 무서울 수밖에. 서울에 이사온 뒤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당시에 읽는 어린이용 잡지에는 늘 괴담, 무서운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또한 어린이용 추리 소설도 유행이었는데, 삽화로 살인 당한 사람들의 그림은 얼굴을 가리고 보았다. 새벽이나 늦은 밤 공포영화를 혼자 보기 싫으셨던 엄마와 종종 같이 보기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노출된 공포, 호러 영화들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아직도 공포영화, 호러 영화를 잘 못 본다. 



그랬던 어린 시절 기억이자 악몽을 끄집어낸 그림책을 오래간만에 보았다.


제목마저 의미심장한 <마렵단 말이야>


아무리 무서워도 마려운데 어쩌라고!


정말 그랬다, 5살의 나는 엄마한테 혼나기 싫어서 종종 먹기 싫은 버터 토스트 빵도 의자 밑에 아무도 못 보겠지 숨겨놨다. 때때로 엄마가 일하러 가실 때, 조금만 더 잡고 싶어서 일부러 우는 척 연기를 하기도 했던 그런 아이였다.



작가님의 책을 맨 처음 읽었을 때, 이때의 무서움과 두려움이 떠올랐다.


삼켜져 버릴 것 같은 어두움과 화장실에 혼자 간다는 무서움에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참다가 견디지 못하고, 엄마를 깨웠던 그 시절의 나.


하지만, 책의 주인공 랑이는 그러질 못하고 참고 또 참다가 오줌을 싸고 엄마에게 혼나곤 했다.


 

아이의 심리가 잘 나타난 그림들



또다시 오줌을 참다가 혼날 수는 없어서 시작된 랑이의 한밤중 화장실 모험.


한밤중에 보게 된 화장실로 가는 거리는 왜 이렇게 멀고, 분명히 낮에는 안 그럴 텐데, 밤에는 왜 미로처럼 느껴지는가. 어른인 나도 밤에 더욱 길을 헤매게 되니, 어린아이의 심정이 어떨지 더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저렇게 무서운 눈알이 "오줌을 얼마나 잘 누는지 우리가 지켜보겠어!" 하고 협박한다면 안 무섭겠는가. 뛰어도 뛰어도 밤은 길기만 하다.




 

랑이의 한밤중 화장실 찾기 모험이 시작된다.



랑이는 과연 길고 긴 화장실 미로 모험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삽화를 보고 있노라면, 귀엽지만 아이의 악몽을 시각화한 느낌이어서 재미있다.


이 동화책은 아이가 밤에 혼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혼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 장사하시느라 몹시 피곤하셨던 엄마, 아빠가 늘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화장실 앞까지 데려다주셨던 게 기억난다.






참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동화인데 작가님 특유의 호러 사랑이 듬뿍 들어간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공포 호러 영화들이 살짝 연상되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도 함께 보시길. 


아이들에게는 동화책만 읽어주시고, 호러 영화는 어른들만 즐기시길.


 


 


판의 미로, 그것, 폴터가이스트



양은봉 작가님은 부두 인형 ‘Voo’, Tim Burton, B급 호러, 블랙,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권의 아동 괴담 및 호러 장르 책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했으며, 국내 최초의 호러 컬러링 북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작가님이 글과 그림 모두 직접 창작하신 작품이라,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구입하신다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님 일러스트 팬이고, 그림책을 좋아해서 따로 모으고 있어서 읽어보고 많이 만족했다.


주변에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하는 조카나 자식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주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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