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09.jpg)
3번째로 읽어본 피터 스완슨 소설
<나이브스 아웃>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새로울 것 없는 추리 소설의 클리셰들을 오마주하고, 패러디해서 더욱 신선했던 작품이었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이 연상된다.
추리소설은 장르 상의 특성 때문인가, 새로운 트릭과 반전을 창조해 내기 힘들기도 하다.
최근엔 새로운 스토리를 지어내기 보다, 익숙한 스토리를 엮어서 재창조하거나 재해석하는 책이나 영화가 많아졌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도 그런 추리소설 중 하나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10.jpg)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아가사 크리스티, 알프레드 히치콕적 요소가 보이는 피터 스완슨의 작품 세계
피터 스완슨 소설은 <죽여마땅한 사람들>, <아낌없이 뺏는 사랑> 이후로 다시 접하게 되었다.
벌써 5번째 신작이 국내에 출간된 그의 소설의 특징은 심리적 서스펜스적 요소가 강하고, 고전 추리소설이나 고전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인 내용이라기보다 정통 추리 소설로 기본에 충실하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드는 건, 다음 장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페이지 터너로 끌고 가는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촘촘한 심리 서스펜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기 전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잡지 못했었다.
피터 스완슨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추리소설 작가이기 이전에 느껴지는 마니아의 향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들보다도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넷플릭스, 왓챠 등 OTT만 보면서 긴 호흡의 소설 읽기가 참 쉽지 않았는데, 지하철 왕복하면서 시간 순삭으로 읽어버린 이 소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12.jpg)
벌써 국내에 5번째 작품을 선보이는 피터 스완슨. 그의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추리소설과 서스펜스 스릴러물 영화를 사랑한다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로 시작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고,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고서적과 추리소설 마니아다.
첫 시작부터 찾아온 FBI 수사관의 존재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게 한다.
무엇보다, 수사관이 찾아온 이유는 주인공이 오래전에 블로그에 작성한 추리소설 추천 리스트 때문이었다.
서점 블로그에 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 안의 소설 속 살인 사건과 비슷한 살인들이 벌어지고 있다.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을 저지른 작품들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14.jpg)
3권을 제외하고 국내에 출판된 작품들. 이 작품들 중 대다수가 영상화되었거나 최고의 추리소설 리스트 중 하나이다.
아마도 추리소설과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시는 마니아분들이라면 이 리스트를 보고 두근두근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작년 가을에서야 처음으로 히치콕 감독의 영화이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봤었기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ABC 살인사건>을 따라 한 듯한 살인사건에 대해서 FBI 수사요원과 주인공의 대화 내용을 보면서, 모방 범죄는 실은 흔한 소재임에도 왜 다음 페이지로 바로 눈이 가는가. 그만큼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독자에게 은근슬쩍 도전장을 내미는 피터 스완슨의 필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저 작품들은 다 읽어보았다면, 어느 소설 속 장면을 연상케하는지 찾는 재미가 정말 쏠쏠할 것 같다.
이중 영상화된 작품들도 몇몇 있어서, 영화 속 장면들이 저절로 떠오르면서 몹시 흥미롭게 읽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15.jpg)
궁금증을 더욱 유발하는 고지 사항
소설은 사실 노골적으로 처음부터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 추적해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리스트에 언급된 소설들과 이어지는 부분들이 생기면서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 석연치 않은 부인의 죽음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르는 용의자의 죽음.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주인공의 상황들을 보면서, 범죄에 연관되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린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18.jpg)
독자는 당연히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언급했기에, 결국 범죄에 연관되어 있겠구나 미리 추리하고 이야기를 읽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정보를 완벽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범죄에 연루되어 있지만, 소설 추천 리스트에서 저지른 범죄자를 FBI에 협조해서 잡아야 한다.
주인공은 어떤 범죄에 어디까지 연루되었는지도 궁금하고, 다른 범죄자의 존재도 누구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FBI 요원에게 숨기고 있는 이유는, 소설과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교환 살인 트릭 때문이다.
아내와 이혼하기를 원하는 건축가 가이 헤인즈는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찰스 브루노라는 이름의 청년을 만난다. 가이는 찰스에게 자신의 이혼 요구에 응해주지 않는 아내 미리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찰스는 그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그것은 찰스가 가이의 아내를 죽이고, 가이가 찰스의 아버지를 죽인다는- 이른바 "교환 살인"을 하자는 제의였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위키백과
주인공이 왜 교환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 교환 살인한 찰스를 찾기 위해 교묘히 숨기고 조사하고 의심하는 부분들.
과거 회상 장면들과 섞여서 보고 있노라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가 떠오르기도 했다.
과연 주인공 주변 인물들 중 누구일까?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추적해나간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23.jpg)
과연 찰스는 누구일까?
그리고 주인공은 얼마큼 범죄에 연관되어 있는 것인지, 마지막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로알드 달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작가답게, 이야기는 잘 흘러가다가 알 수 없는 미궁으로 흘러가다가 갑자기 뒤집어진다.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들을 읽어보면 반전 스토리가 싸늘하게 와닿는다.
앞서 이야기한 8개의 소설 리스트 속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스토리로 엮어놓았다.
모든 걸 알아도 재미없겠지만, 소설을 읽기 전에 적어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이자, 히치콕 감독의 영화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한 번쯤 보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소설과 영화의 결말과 다른 부분을 비교했을 만큼 작가가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다.
리스트의 8권을 모두 읽고 보신다면 아마도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저 소설을 다 읽고 책을 읽으시는 분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난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은 독자와 저자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이벤트를 기획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25.jpg)
극중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는데, 살짝 소름 끼쳤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정통 고전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소설 시작부터 푹 빠져서 책장을 바삐 넘기게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추리소설 마니아를 위한 엔딩이었던 소설의 전개라니, 여전히 독자들은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스토리를 사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리미널 마인드도 떠올랐고, 무엇보다 엔딩의 결말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어서 너무 좋았던 작품.
끝을 볼 때까지 끝이 아니고, 긴장감을 놓지 않고 완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봄이 아닌 이른 여름 더위 불면증에 읽기 너무 좋고, 한 번 잡으면 끝날 때까지 놓을 수가 없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26.jpg)
소설 읽고 보고 싶어지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ABC 살인사건>, <살의>, <죽음의 덫>, <이중배상>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425/pimg_7136721363390927.jpg)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영화 속 장면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죽음의 덫, 살의)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