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1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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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어요

극한견주로 대형견 키우기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 부셔준 작가 마일로의 신작이 드디어 나왔다.

이번엔 크레이지 가드너로 가드닝에 대한 온갖 환상을 깨준다.

맨 처음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땐, 뭐지? 궁금증이 한가득이었다.

근육질의 등치가 산만한 식물이라니, 이건 또 뭐야. 표지 보면서 웃음부터 나왔다.

어릴 때, 할머니가 정원과 식물들을 그렇게 많이 곱게 키우고 계셨는데, 정말 보기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그게 그렇게나 손이 많이 타는 작업인지 전혀 몰랐다.



 



물시중은 고되고 힘들다. 웰컴 투 가드닝 헬


식물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식물은 키우다가 죽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던 건 도서관 알바를 했을 때, 빼곡히 들어서 있는 식물들의 물 주기를 하면서부터였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아님에도, 도서관 곳곳에 있었던 크고 작은 화분들을 보면서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는데, 할 일을 설명해 줄 때 일일이 이건 물을 얼마나 줘야 하고, 애는 물을 갈아줘야 한다까지 자잘한 부가 설명은 잔소리로 들었다. 식물은 물만 주면 잘 자라겠지, 부지런히 물을 줬다.

주 업무 시작하기 전 30분 전에 나와서 물을 줘도 100개가 넘는 화분의 관리는 만만치 않았고, 물을 다 주고 나면 1시간가량 걸렸었다. 특히 등치가 큰 애들은 물을 다 주고 나면 화분 물 받침에 물이 다 새서, 그걸 또다시 버려줘야 했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피로감이 묻어나는 기억이다.

무엇보다 짜증 났던 건, 아무리 열심히 물을 줘도 잎이 누러지거나, 시들시들해지면 왜 그런지 모르니까 야단을 맞았었던 점이다. 왜 죽는지 이유를 모르는데, 제대로 안 키웠다고 혼이 날 때마다 왜 이런 일로 혼나야 하나 싶었다.

어느 날은 나무가 계속 죽는데, 그 안의 벌레인지 진드기인지를 잡아야 한다면서 그거 못 잡으면 너네가 비싼 나무 죽인 거라면서 까칠하게 굴던 교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크레이지 가드너 보면서 웃펐다. 아, 내가 뭘 잘 몰랐구나.

집에서도 아빠가 엄마와 나에게 쏟는 애정보다 식물에게 쏟는 애정이 크다고 생각하면서, 아빠는 우리보다 식물이 더 중요하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과 정성, 관심을 기울여도 자칫하면 죽는 게 식물.

도서관 이후로도 여러 직장에서 식물을 키웠었다.

삭막한 사무실 환경에 정이 안 가서, 혹은 엄마가 공기 정화용으로 사줬던 식물들 전부 이유 없이 비실비실 죽어갔다. 사무실 안에서 키우다가 죽은 화분만 몇 개인지 세어 보진 않았지만, 많이 저세상으로 보낸 소위 식물 똥 손이다.


 


 

식물이 죽으면 빠른 포기로 다신 기르지 않았던 나와 달리 끝까지 집착한

작가는 가드닝계의 고인물이 된다.

작가 역시 많은 수의 아이들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비실비실 영문을 모르고 말없이 죽는 식물을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식물 키우기에 더욱 집착하게 된 작가는 선언한다. 살아남는 아이들만 키우겠다고, 그렇게 보유 화분만 200개를 키우게 되는 가드닝계의 고인물이 된다.

웹툰에는 작가의 산지식과 경험담이 한가득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의식의 흐름처럼 구성된 이 작품은 식물 키우기를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인가 오호, 나도 했었던 생각인데, 결과는 이렇다고, 미리 경험할 수 있다.

가드닝이라는 식물 지옥세계에 발 담그기 전에 말이다.


 

 

보유 화분만 200개, 이 책을 보기 전 가드닝에 대한 생각과 본 뒤의 가드닝에 대한 생각

가장 알쓸신잡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해충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나 괴롭고, 힘겨운 시행착오들이 많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귀여운 아가의 모습으로 형상화 시켰다. 너무나 귀엽지 아니한가.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절로 궁금해진다.

읽다 보면 정말 웃프다. 해충이라고 우습게 봤다가, 농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는 조언을 받고 해충과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 유기농 라이프로 식물 아가들을 키우기엔 너무나 힘겨운 것.

가드닝을 접하기 전에 생각하고 있던 모든 상식을 뒤집어주기에 유용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해충을 보셨나요? 하지만 실제 해충의 존재는 그렇지 아니함.

또한, 실용성 따지는 MZ 세대이기에, 비싼 종을 키워서 식테크를 해보려 애를 쓰지만, 무늬 있는 종으로 기우려면 정말 까다로운 조건으로 키워야 하기에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다가, 예전에 구입했던 가격에서 화들짝 오른 가격에 놀라기도 하는 작가.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집이나 텃밭에서 집에서 먹을 상추나 허브를 키워보자고 의욕 있게 덤볐지만, 조명이 있는 곳은 이미 다른 비싼 화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자연광으로 키우다가 새에게 먹이로 희생되기도 한다. 뿌리 식물인 고구마를 열매 통째로 키우고 고구마가 생기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헛수고를 한 에피소드 등. 한 번쯤 집에서 쉽게 키우자고 생각했었던 것에도 재동을 건다.


 

 

작가가 겪었던 온갖 삽질 경험을 보면서 독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드닝 해야 해?

분명 멋진 플랜테리어를 생각하면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지만 플랜테리어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식물을 키우기 위한 조건에 만족하는 기능으로 채워지고 마는 집안 인테리어.

조명마저도 까다로운 식물이 만족할 만한 상황으로 변해가니 이 어찌 까다롭지 않으리오.

식물 똥 손도 키울 수 있다는 마리모(한 번쯤 지나가면서 키우고 싶어 했던 식물일 것이다)조차도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의문이어서 그만 죽여버리고만 작가.

한참 마리모도 붐이어서 키우는 게 유행이었던 게 기억난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내가 키워도 죽이지 않겠구나 생각했던 식물.


 


똥 손도 키울 수 있다는 마리모를 그만 죽여버린 작가

그밖에 다육이 선인장 등 햇빛을 한가득 받아야 하는 식물들을 바깥에 내놓고 키웠을 때 최강 빌런인 새.

어렵게 구한 하월시아가 결국 원하는 종으로 키워지지 않을 때 느끼는 비애감.

식덕들 눈에는 비싸고 귀한 식물이고 무늬인데, 일반인들 눈에는 그저 병든 화초처럼 보이는 아이러니.

열심히 읽으면서도 실덕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지식들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남이 한 실패담을 읽는 건 재미있다.

자신이 한 삽질은 재미있지 않지만, 남의 한 삽질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흥미진진하니까.


 

 


극한 견주에서도 나름 전원생활과 풀밭이 있는 드넓은 주택에 대한 환상을 처참히 깨부셔줬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 랜드가 되어 버리는 잔디밭.

잔디도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머니의 부지런함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 많은 손자, 손녀들, 아들, 딸들이 명절에 와도 꼬박꼬박 맛있는 걸 챙기시면서, 수많은 화분과 정원을 아름답게 관리했던 할머니. 정원이 딸린 집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생활 속에서 부지런함이 존재해야 한다.


 

전원생활의 꿈과 현실

아마도 내가 화분을 키운다면, 버섯과 해충들이 가득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작품.

화분에 생기는 버섯은 위험할 수도 있다며, 치명적이니 절대 먹지 말자고 하는 작가의 말이 왜 이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보면서 크게 웃기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극한 견주에서도 그렇듯이 이 작품은 적극 가드닝을 권장하는 웹툰이기도 하다.

그렇게나 실패하고 삽질하고, 오늘도 물시중을 드느라 고되겠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얻는 힐링이나 공기 정화 등 여러모로 얻는 점이 많은 활동일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바깥 외출이 많지 않은 요즘 집안에서 하기 가장 좋은 취미활동이 아닐까?

단순 취미 활동은 아니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는 작가지만.


 

버섯이 자라는 건 정말 싫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별책부록인 스티커만 보면 가드닝의 세계에서 멀어지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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