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 내가 사랑한 밈들
코지마 히데오 지음, 부윤아 옮김 / 컴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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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 히데오 하면 생각나는 대표작 메탈기어 솔리드

언젠가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그림책을 제작하는데 관심이 있어서, 관련 강좌를 들으러 갔었다.

거기서 들었던 이야기는 그림책을 제작하려면, 좋은 취향을 따라가라였다.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서점 가서 여러 그림책을 읽어보고 난 뒤 제작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추가로 들었던 이야기는 자신의 취향이 별로라고 생각되면, 그 분야의 인플루언서나 멘토가 되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라는 것이었다.

저작권 자유의 시대 속에서 요즘은 생각할 수도 없는 문화적 수혜를 받고 자랐다.

이상하게도 요즘 접하는 정보나 읽고 보는 영상들은 많지만, 어린 시절 읽었던 책과 영상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어제처럼 기억난다. 지금은 넘쳐나는 정보와 책들, 영상물들의 홍수지만, 당시에는 많지 않았지만 정보를 접하면서 내 취향을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서 내 취향이 아닌 작품들을 죽 훑어보기도 했고, 오히려 요즘처럼 베스트셀러나 대세를 따라가는 경우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베스트셀러나 대세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따라가지 않았으며, 친구들과 소소히 취향을 나누거나 추천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좋아하는 책과 좋아하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딱히 평점과 대세가 아니더라도 내가 끌리면 본다.

그런 나에게 이름만으로도 끌렸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코지마 히데오. 사실 그의 이름은 오빠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을 이름이었다.

게임을 좋아했던 오빠가 있었고 당시엔 나름 게임 붐이었다. 아마도 정책적으로도 게임회사를 밀어주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임을 많이 좋아했던 오빠와 달리 게임을 적당히 좋아했던 나는 게임회사에서 잠시 발을 담글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대와 다른 업무, 맨 처음에 자유로운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던 조직 속에서 의외로 젊은 꼰대들을 많이 경험했었다. 거기서 내가 느꼈던 건 게임회사도 결국 조직이고, 게임회사뿐만이 아니라 어딜 가도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곳은 많았기에 지나왔던 흔적에 불과했다는 걸 느꼈을 뿐이다.

좋은 기억이 많지 않았던 비디오 게임회사 QA 업무 속에서 플레이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몇 있는데, 나의 컨트롤은 미숙했지만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였다. 내가 테스트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테스트하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나 오빠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작품이었기에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다.

당시에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이 신선했던 것은 게임에 영화적인 연출을 한 점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메인 테마송부터, 주인공인 스네이크가 마치 007 시리즈처럼 진화하고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그런 게임은 흔치 않았다.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이 중간중간에 있었고, 게임을 하면서도 첩보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체험하듯 몰입해서 플레이했던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지금은 그의 게임을 아쉽게도 하고 있지 않지만, 장장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의 게임으로 불리는 작품을 제작한 천재 크리에이터의 취향을 따라가보고 싶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궁금했다. 아마도 게임 제작자나 다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도 궁금하리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 열쇠아이였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외롭고 쓸쓸함을 책을 읽으면서 덜어냈고, 세상과 이어짐의 수단으로 택했다.

코지마 히데오와 나의 취향은 얼마나 맞아떨어질까 궁금해하면서 그가 읽었던 책들, 만화와 영화, 잡지들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훑어봤는데, 의외로 많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일본 작품들이 많았는데, 내가 접했던 일본 소설과 만화들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의외로 역시 이 작품도 좋아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오히려 공감 갔던 부분은 책의 첫 부분인 <시작하며>라는 글이었는데, 몇 페이지 되지 않았지만 가슴속에 남는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 시절 열쇠아이여서 집에 돌아오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이야기, 책을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찾게 되고 나서부턴 꾸준히 서점에서 취향을 선택했다는 것을 보면서 깊이 공감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 문장은 가슴 깊이 각인되었다.

고독하지만 연결되어 있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책 전반적으로 설명해 주는 문장. 고독하지만 연결되어 있는 유대감을 전달하기 위해 쓴 책

서점에서 책을 골라서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나 세련되고 알기 쉬운 문장으로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예전엔 이런 시간을 소중히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엔 정말 간간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책과 분야의 서가만 골라서 가서, 책을 보지만 오히려 책보다는 굿즈를 구경하고 그 외의 부분을 더 많이 구경하는 거 같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오프라인 서점 가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만남은 우연이고 운명적이다. 어디에서 무엇이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행동해서 선택한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이것은 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서점을 간다.

만남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매일 다양한 책을 스쳐 지나며 어쩐지 신경이 쓰이는 책, 자신의 존재를 호소하는 책, 그냥 지나쳐 버리는 책 제각각 다른 인연이 있다.

그런 인연을 확인해 가는 사이 나에게 의미 있는 만남을 발견한다.

자연스레 자신의 감성을 단련하게 되는 것이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선택을 하면서 알 수 있는 취향과 흐름



코로나로 모두가 뿔뿔이 떨어져 있는 이 시기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닿기를 원하고, 꽤 다양한 채널로 사람들과 이어지기도 했었다. 나는 잠시 집중하기 위해서 그 채널로부터 떨어져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작년 한 해를 돌아봤을 때 평소 전혀 마주칠 수 없었던 다양한 지역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클럽하우스나 와치 파티, 메타버스를 통해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함께 이야기하는 ME+ME의 시대. 저자가 이야기하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계승되는 문화적 이어짐이 어느 때보다 잘 이뤄지고 있는 시기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작하며 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마치며 부분을 첨부해 본다.

 

 


코지마 히데오가 이야기하는 MEME과 함께 이어지는 세계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으로 코지마 히데오를 좋아하는 분들과 또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분들과 이어지기를 바란다. 범람하는 정보와 쏟아져내리는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함께 나누는 과정을 중요시하면서 이어지는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요즘은 다들 과정보다 결과에만 치중하고, 대세에만 치중하고 편승하려고만 한다.

나만의 취향이 모여서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걸 잊지 말자.

모두가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람은 고독에서 벗어난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작가에게도 끝이 있다.

그리고 작가는 끝을 맞이하기 전에 이야기를 끝맺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창작자는 왜 같은 시리즈를 이어 가는 것일까?

팬이 열렬히 원하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작가가 끝내고 싶은 마음 한편에 팬들로부터 등을 돌리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작가와 시리즈는 영원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만다.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하는 유전자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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