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그냥 하라는 일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 적응하는데도 힘들었었던 점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제대로 된 사수는 만나본 기억이 없었다.
사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알아서 적응이 일상이었다. 대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은 전혀 소용없었다.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일하면서 들었던 폭언 중에 가장 황당했던 말 중 하나는 그렇게 뭘 하는지 모르겠으면 관련 만화책이라도 찾아서 읽어보면서 뭘 해야 하는지 파악해라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프지만, 당시에는 듣고 너무 분해서 화장실에서 혼자 펑펑 울었었다.
매번 이직이 아닌 전직을 했어야 했던 나는 맨땅에 헤딩이 일상이었고, 맨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래서, 나의 사수는 직장 내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협력사, 혹은 갑의 상황에 있는 분들이었다. 자존심 따윈 버리고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 늘 한바탕 깨지고, 버티고, 필요한 기술적 지식은 업무 외 시간에 혼자 배우러 다닐 수밖에 없었다. 실무에 적용시킬 땐 당연히 또 달랐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업무의 틀을 잡아나갔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서, 협력사 직원들이 일 이야기할 때 우선 나를 찾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회사의 상황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고 나서부터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흔히 기획이라면 가장 창조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치밀함이 함께 존재하는 분야인 것을 잘 모른다.
밑바탕으로 어떤 전문적인 지식들이 존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서 버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을 때 이 책의 존재를 알았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기획이라는 것의 중요성, 회사의 판과 틀을 알고 신입 때부터 일하는 건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났을 때 업무의 방향이나 상황을 이끌어 나가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연차 1년 이후부터 보면 꽤 도움이 될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린 건 당연히 이 마법과도 같은 문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