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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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늘 부모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늘 자신이 최우선이지.

언젠가 미술관에서 근무했을 때 함께 일하시던 70~80대 자원봉사자분들과 나눴던 대화의 한 부분이다.

엄마와 어딘가 나가자고 하면, 오늘은 바빠 거절을 많이 당한다고 하자 하시는 말씀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늘 그랬다. 나의 시간이 여유로울 때에 맞춰서 물어보기 마련이었으니까.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 손잡고 어디론가 많이 놀러 갔는데, 중학생을 마지막으로 모두 함께 어디론가 여행 간 건 손에 꼽을 정도. 특히 오빠 장가가고 뭔가 허전함을 점차 느끼시는 부모님, 2019년 제사를 마치고 오래간만에 아빠의 휴가 기간에 맞춰서, 먼 곳은 불가능하고 농담처럼 "피곤하실 텐데 온양온천이나 오래간만에 가볼까요? 가자고 하면 아빠가 가실까요?"라고 물어봤는데, 그냥 가버리게 되었다.

예전엔 갈까요 물어봤을 때 반응이 시큰둥하셨는데, 이젠 갈까요 물어보면 그것은 가는 것으로 기정사실화.

부모님이 갑자기 거절을 하지 않으신다.

자주는 아니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온양온천을 갔다.

맨 처음엔 엄마가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랑만 같이 갔다. 한번 가보신 엄마가 아빠랑도 가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두 분 다 모시고 가게 되었다.

부모님의 특징은 가본 곳은 가기 싫어하신다는 점, 온천도, 음식점도 갈 때마다 다른 곳으로 가자주의.

한번 가보고 좋으면 계속 거기로 다시 가고 싶어 하는 게으르고 귀찮은 나.

새로운 곳이 좋으면 본인들이 계획 짜셔서 가시면 좋으실 텐데, 길 찾는 것도, 음식점 검색도, 힘없는 수행비서인 막내의 몫인 게 너무나 귀찮았다. (속으론 두덜두덜해도 계획만은 열심히 꼼꼼하게 짜려고 노력했다.)

정확히 20일 뒤에는 유성온천으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갔다.

혼자 가는 여행도 뒤죽박죽이지만, 엄마와 가는 여행은 그러면 힘들다.

블로그에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에 기록된 여행 기록을 읽어보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은 약하게 비도 왔고, 처음 가는 대전 여행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는 엄마와 함께 쉽지 않은 여행을 했던 기억이고, 생리 첫날도 겹쳐서 체력적으로도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노천 족욕탕에서 함께 발 담그면서 좋았던 기억, 상태가 좋지 않아서 평소보다 배로 버벅대고 헤매는 딸 옆에서 눈치 보면서 아픈 다리로 조용히 따라오셨던 엄마. 중간엔 별거 아닌 걸로 대판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여행은 못 가고, 집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온양온천 여행 속에선 뜻하지 않은 벚꽃과 5일장을 만나서 즐거웠고, 유성온천에서는 노천 족욕체험으로 편안해졌던 추억이 떠오른다.

 

2019년도 부모님 맞춤으로 온천여행을 했던 추억들.

노천 족욕체험장에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찍어봤다.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늘 건강하고 내 곁에 있어주실 것 같은 부모님도,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가 유난히 많아지는 요즘.

2019년도에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려는 각오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4월 이후로 부모님 중 한 분은 수술을 한번 했고, 한 분은 눈과 혈압 쪽의 문제로 병원을 여행보다 더 많이 가야 해서 그렇게 여행은 멈춰졌고, 나는 많은 후회를 했었다.

2020년은 제주도에 함께 가족 여행을 가야지, 강릉에 엄마와 커피를 마시러 가야지, 일본에 온천여행을 가야지 등등 이제는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편안한 여행을 하자라고 맘먹은 순간 코로나는 터져버렸고. 2020년은 그렇게 금방 지나가버렸다. 2021년도 벌써 4월 9일, 2019년도 4월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런 시점에서 읽게 된 꽃보다 엄마.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2019년도 여행기에 적었던 내용과 어쩜 이렇게 똑같은 내용이 있을 수가라고 느꼈다면 과언일까?

여행을 좋아하고 제주도에서 태어난, 김정미 예능 방송작가.

책 제목처럼 꽃보다 시리즈, 러닝맨,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등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 않는 나조차 다 아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답게, 재미나게 쓴 여행 기록이었다.

책의 시작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20대에 취업할 무렵에 돌아가신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본 적은 없지만, 함께 살고 있어도 바쁜 직장 생활 중엔 잘 돌아보지 못하고 생각보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심을 잘 눈치채지 못해 세월 따라 점차 쇠약해지는 부모님의 모습은 늘 안타깝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 작은 것에도 늘 아이처럼 귀엽게 행복해하시던 엄마, 아주 조그만 부탁도 내 눈치를 보거나, 늘 어딘가 나가려고 할 때 붙잡고 말을 거시는 부모님들을 늘 퉁명스럽게 대하곤 했던 나.

힘겨울 땐, 집에서 쉬고만 싶은데, 자식 얼굴 볼 시간에 맞춰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왜 맨날 기억을 못 하는지 갑갑해했던 나를 저절로 반성하게 되는 책이었다.



아빠를 그렇게 보내고, 엄마의 환갑맞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여행 대신 폐암 수술을 하게 되자 작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결심하게 된다. 엄마와의 해외여행을 하기로.

처음에는 온 가족 가족사진 찍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여행에서 해외여행으로 확장된다.

늘 친구와 여동생과 여행하면서 미뤄왔던 엄마와의 여행.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종영되면서 시간이 넉넉해지자, 엄마와 유럽여행 가기로 한 작가.


 



엄마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실은 늘 너랑 어디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잘 실행 못한 내가 있을 뿐이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도 하는 거라고는 함께 쇼핑하고 어디 가까운 근교에 모시고 가는 게 다일뿐.

국내 여행을 함께 가면서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지만, 환갑 때 정작 암 수술을 해야 했기에, 더는 약속을 미룰 수 없었다는 작가의 글이 많이 공감 갔다.

우리 엄마도 그때쯤 수술을 하셨고, 그 이후 체력은 더 쇠약해지셨지만, 한참 이직 중이었고 인수인계를 하던 중 엄마를 세심히 돌봐드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 후 아버지의 크고 작은 수술을 하고, 오빠가 장가가는 집안의 일대 행사가 끝나자, 이후 여행 가게 되었던 상황이 갑자기 떠올랐다. 더불어 나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졌고.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의 유럽여행.

엄마를 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하면서 의외로 몰랐던 점도 알게 되었던 나날들.

여행지 속에서 딸과 함께 수줍게 웃으시던 엄마의 모습은 점차 뒤로 갈수록 밝고 화사해진다.

포즈도 어색하다가, 점차 다양해진다.

준비하는 과정도 함께 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으리라 예상해본다.

(부모님, 엄마와 함께 하는 당일치기 여행만 해도 늘 피곤해지기 일쑤였기에...)

무엇보다, 아직도 소녀 같고 낭만이 많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는 작가의 심정에 정말 많은 공감이 갔다.

좌충우돌,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를 해도 벌어지는 여러 변수 속에서 그래도 차분하게 참고 딸을 기다려주면서 함께 여행을 하는 인내심 많고 이해심 많은 최고의 여행 메이트 엄마.

물론 언제나 매 순간 그러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늘 여행지에서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건 기본이기에.

그래도 언제나 생각한다. 그 언젠가 어린 나를 늘 데리고 여행이나 외출을 할 때 그렇게나 준비할 거리가 많았음에도 한 번도 피곤한 내색을 비추지 않고 파워풀하게 끌고 다니셨던 엄마.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여행이나 외출했던 때를 기억하면서, 어떻게든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게 된다.

 

 


엄마와 함께한 여행의 기록. 남는 건 사진뿐.

이 책의 백미가 바로 엄마와 여행했던 기록이기에, 책을 직접 읽으시면서 생생하게 느껴보시길 바란다.

꽃보다 시리즈의 참여했던 작가답게, 너무나 맛깔스럽게 기록한 재미난 여행의 기록.

글로 적어놨으니,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지만 너무나 긴박하고 당혹스러웠던 상황들의 기록들도 가득하다.

여행지에 가서만 알 수 있는 핵꿀팁들도 가득하고, 엄마의 페이스에 맞춰서 여행하고, 딸들이 엄마들에게 가장 답답하게 생각하는 간접 화법을 알아듣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도 다른 때는 직설적으로 잘 말씀하시면서,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것은 늘 애매하게 말씀하셔서 간접화법에 도가 튼 나도 아직까지 어렵다.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꿈꾸는 딸들이 엄마와 함께 읽어보기를 바라는 책이다.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다.

모녀간의 관계는 늘 그렇듯이 뭔가 애증의 관계이다.

사랑하는 만큼, 쉽게 싸우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다시 이야기하곤 하는 사이.

그래서 더 소중하지만 생각보다 소중함을 잘 모를 때가 많다.


 

여행을 가고 싶은 딸과 엄마에게 꿀팁이 되는 책의 부분.

무엇보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의 입장에서 함께 쓴 듯한 별책부록의 이야기는 나도 커뮤니티에 부모님 & 엄마와 함께한 여행기를 기록하면서 적었던 내용과 많이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작가님이 좀 더 세심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셨다는 점이다.

아마 여행 가기 전에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분명히 여행지에서 엄마와 딸은 싸우고 다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다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린아이처럼 방긋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풀리게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분명 내가 먼저 사과하고 달래드릴 것이고, 분명 여행지에서 두 사람은 즐거운 기억과 추억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부모님과의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다.

요즘에서야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과의 여행 미리 잘 계획해뒀다가 꼭 멀지 않아도 부모님이 가고 싶어 하시는 곳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작가의 에필로그와 엄마의 편지를 읽다 보면 왠지 짠해지며 벅차오르는 감정이 있다.

엄마는 지금이 제일 젊다.

엄마가 내 옆에 있을 때 함께하고 싶은 게 참 많다.

꽃보다 엄마


 

15년 전 비록 회사 워크숍이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여행 사진도 함께 올려본다. 나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함께 간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짱이었던 울 엄마

*엄마와의 여행에 가볍게 추천해보는 영화리스트

생각보다 관련영화가 많지 않아서 놀랐다. 엄마와의 여행을 다룬 영화들은 대다수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아졌을 때 마지막을 두고 하는 신파 영화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그래서인지 <윤희에게>는 특별하다.

친정엄마 - 34년 동안 미뤄왔던 그녀들의 생이 첫 2박 3일 데이트...과연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라이드 : 나에게로의 여행 - 캘리포니아에서 서퍼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떠난 아들을 만나러 가서 서핑을 배우게 되는 열혈 엄마의 이야기.

윤희에게 -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한다.

카일리스 가는 길 - 여든넷 할머니와 마흔아홉 아들이 모험에 나선다. 애 최초 해외여행으로 카일라스로의 여정을 선택한 할머니, 할머니의 여정은 사색의 길이자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정보 출처 : 다음영화

딸과 아들과 함께 하는 엄마의 여행. 엄마에게 늘 여행은 새로운 도전이며

모험인 거 같다. 새로운 엄마를 알게 되는 여행.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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