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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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와인 코너에서 와인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보았다.

할아버지가 OB맥주 회사를 다니셨기에, 상대적으로 술에 별 저항감이 없었던 엄마 쪽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지만, 맨 처음 술을 접한 건 중학교쯤 생일파티 때 마셨던 샴페인 정도였던 것 같다.

대다수 집에서 마셨던 술의 기억은 좋았다.

술에 대한 기억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당시 마셨던 맥주에 대한 추억이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고. 물이 없어서 감기약을 술과 함께 먹고 난 다음날 아침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좋지 않았던 기억은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이후 선배들과 함께 먹었던 술자리였다.

늘 쓰고 맛없는 소주에 두부 김치를 안주로, 숙취가 좋지 않았던 막걸리, 동동주를 마셨는데 당시 마셨던 술은 정말 맛을 모르고 마셨다. 늘 술자리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 존재했다.

내가 안 취하면, 취해서 난동 부리거나 울거나 토하는 친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고, 내가 취한 상태가 되고 필름이 끊기면 다음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랑 주라는 온갖 더러운 것들이 떠다니는 걸 마셔야 했던 날은 마시고 한 달간 고생했고, 폭탄주나 회오리주를 말아서 마시면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술을 마셔도 체력이 받쳐주던 시절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점차 괜찮지 않았다.

이후부터 술은 집에서 소량, 가끔씩 엄마의 술상대, 정말 친한 친구와 함께 가 아니라면 잘 마시지 않았다.

첫 와인을 마셨던 기억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학생이 된 후부터 마셨다.

와인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도 생각이 난다. 학교에서 정말 싫어하는 전공 교양 과목 교수가 수업 마지막 날 와인을 가져와서 마시고, 얼굴이 빨개졌다고 놀렸었다. 그 이후로 바깥에서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많이 마시진 않아도 가끔씩 엄마가 마시고 싶어 하실 땐 기왕이면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었다.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맥주의 종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숙취는 덜하면서 맛있는 술을 찾아다니게 된다. 더 나아가 건강을 위해서(?) 통풍이 온다는 맥주보다 와인이 좋지 않겠냐며, 와인으로 종목을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와인의 세계는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로 느껴졌고, 때론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마트에 가서 찾는 와인은 늘 달달한 모스카토나 캘리포니아 와인, 빌라 M, 빅풋 와인, 씁쓸한 계열보다는 주로 달달한 디저트 와인 쪽을 고른 것 같다.

아니면 팩 와인이나 휴대하기 좋은 캔 와인, 무겁기 보다 가벼운 와인이 좋아서 레드 와인은 피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성비 좋은 오늘, 와인 한 잔에서 가끔 마시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와인 알못이었다.


 

 

나를 와인의 세계로 이끌어준 가성비 좋은 오늘, 와인 한 잔,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책

그랬던 내가 읽으면서 확 빠져든 책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맨땅에 헤딩해 체득한 가장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와인 간증서라니, 뭔가 동병상련이 느껴지면서 끌리는 소개 문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작가 소개 글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었는데, 문장의 표현력이 참 찰지다.

재미있는 책을 읽은 지 오래된 요즘 오래간만에 손에 착 붙는 책이었다.

괜히 바빠서 늦게 읽게 되었을 뿐.

호주머니 사정은 소작농 수준인데,

하필이면 혓바닥의 섬세함과 탐욕스러움은 합스부르크 왕가 뺨친다.

이 부조리한 절망적 간극을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로 간신히 메우고 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작가 임승수 소개 글

자석처럼 착 붙어서 읽게 된 책은 프롤로그부터 이것은 나의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술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마 당시 세대들 대다수가 그렇게 술을 배웠고, 서서히 술자리 뒤풀이는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강도가 점차 낮아져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잔을 돌리는 문화도, 술을 따라야 하는 문화도 다 싫었던 나는 선배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중엔 동기들끼리 따로 모여서 맥주만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진행되는 나는 와인에 어떻게 빠지게 되었는지, 첫 와인을 마셨던 순간에 대해서 매우 생생한 기억을 독자에게 마치 고해성사처럼 이야기한다. 안정적이진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삶의 활력이 넘치게 되었고 술자리의 기쁨은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술이 맛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작가.


 

삶의 활력이 넘치기 시작하니, 술자리의 흥겨움은 발견했지만

술의 맛은 찾을 수 없었던 작가.

사람은 무언가 좋아하게 되거나 사랑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이성의 끈 따윈 놓아버리게 된다. 존재의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고 즐기기 위해서이기에 돈을 버는 거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지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묘하게 빠져들면서, 와인에 진심이 되어버릴까 살짝 두려운 프롤로그.

프롤로그 부분만으로도 이렇게 흥미로운데, 본문부터 읽으면 어떨까? 절로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와인교에 빠지게 된 고해성사와도 같은 프롤로그

그렇게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책은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진행된다.

3장으로 구성된 책은 제목만 봐도 끌리지 아니한가.

1장 가산 탕진형 와인 애호가의 삶이 시작됐다.

2장 맨정신에 어찌 살 수 있겠는가

3장 이토록 무궁무진한 와인의 세계

마치 영화 감상기나 책 서평을 쓰듯, 각 와인에 대한 기록을 적어놨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늘어놓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 언젠가 나도 저질렀던 실수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초보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부터,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세세하고 쉽게 알려준다.

어쩜 궁금해하던 그 모든 것들이 실려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인데, 지루하지도 어렵지도 않고, 쏙쏙 들어온다.

제목부터 글 쓰는 표현력이 정말 시선을 확 끌어 잡기에 배우고 싶은 필력이었다.

집에 아주 예전부터 있는 비즈니스 와인 상식이라는 딱딱한 책과 비교하면 어쩜 이렇게 잘 읽히고 재미난지.

읽다가 이건 분명 와인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인데, 에세이보다 페이지 터너 책 읽는 기분으로 한방에 논스톱으로 읽게 된다.










와인 모르면 살짝 창피하고, 아는 척하기엔 지식이 부족했고, 와인 코너 가도 무슨 와인을 사야 하는 건지 동공 지진으로 갈등했던 지난 시절 이젠 안녕.

앞으로는 와인의 풍미를 느끼면서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처럼 와인의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와린이로 크길 바란다.

이 책은 꼭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책의 느낌을 표현력이 떨어지는 글로 작성하자니 왠지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책을 읽고 와인도 함께 마셔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낮다고, 방금 알게 된 얄팍한 지식이라도 어딘가.

인생이든 와인이든 직접 마셔보고 경험해봐야,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기 쉽지 않겠는가.

와인에 몹시 진심이게 된 한 남자의 와인교 전파 간증서 잘 읽어보았다.

이번 주 경 엄마 모시고 오늘, 와인 한 잔이나 가야 할까 보다.

읽고 나면 와인이 몹시 마시고 싶어지고,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어디든 잘 어울리는 책.

* 책 읽고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

사이드웨이 : 와인 애호가인 영어 교사 마일즈는 이혼의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남자.

와인 미라클 :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신 포도 : 우리 시대 가장 기발한 사기 행각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긴장감 넘치는 조사가 시작된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 10년 만에 재회한 삼 남매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유산, 부르고뉴 와이너리.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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