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OB맥주 회사를 다니셨기에, 상대적으로 술에 별 저항감이 없었던 엄마 쪽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지만, 맨 처음 술을 접한 건 중학교쯤 생일파티 때 마셨던 샴페인 정도였던 것 같다.
대다수 집에서 마셨던 술의 기억은 좋았다.
술에 대한 기억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당시 마셨던 맥주에 대한 추억이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고. 물이 없어서 감기약을 술과 함께 먹고 난 다음날 아침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좋지 않았던 기억은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이후 선배들과 함께 먹었던 술자리였다.
늘 쓰고 맛없는 소주에 두부 김치를 안주로, 숙취가 좋지 않았던 막걸리, 동동주를 마셨는데 당시 마셨던 술은 정말 맛을 모르고 마셨다. 늘 술자리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 존재했다.
내가 안 취하면, 취해서 난동 부리거나 울거나 토하는 친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고, 내가 취한 상태가 되고 필름이 끊기면 다음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랑 주라는 온갖 더러운 것들이 떠다니는 걸 마셔야 했던 날은 마시고 한 달간 고생했고, 폭탄주나 회오리주를 말아서 마시면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술을 마셔도 체력이 받쳐주던 시절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점차 괜찮지 않았다.
이후부터 술은 집에서 소량, 가끔씩 엄마의 술상대, 정말 친한 친구와 함께 가 아니라면 잘 마시지 않았다.
첫 와인을 마셨던 기억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학생이 된 후부터 마셨다.
와인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도 생각이 난다. 학교에서 정말 싫어하는 전공 교양 과목 교수가 수업 마지막 날 와인을 가져와서 마시고, 얼굴이 빨개졌다고 놀렸었다. 그 이후로 바깥에서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많이 마시진 않아도 가끔씩 엄마가 마시고 싶어 하실 땐 기왕이면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었다.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맥주의 종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숙취는 덜하면서 맛있는 술을 찾아다니게 된다. 더 나아가 건강을 위해서(?) 통풍이 온다는 맥주보다 와인이 좋지 않겠냐며, 와인으로 종목을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와인의 세계는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로 느껴졌고, 때론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마트에 가서 찾는 와인은 늘 달달한 모스카토나 캘리포니아 와인, 빌라 M, 빅풋 와인, 씁쓸한 계열보다는 주로 달달한 디저트 와인 쪽을 고른 것 같다.
아니면 팩 와인이나 휴대하기 좋은 캔 와인, 무겁기 보다 가벼운 와인이 좋아서 레드 와인은 피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성비 좋은 오늘, 와인 한 잔에서 가끔 마시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와인 알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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