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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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의 문과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도전(?)에 가까웠다.


소위 문송합니다의 문과생으로, 산수와 수학은 어릴 때부터 이미 따라잡는데 흥미를 잃었고, 과학 과목은 암기과목인 화학과 생물만 어찌어찌했을 뿐.

물리나 지구과학 같은 과목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과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혼이 빠져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이해 가지 않는 건 그냥 무조건 외우는 상태로 모든 건 처리해왔었고.

특히 한때 친오빠의 단기 과외를 받았을 땐, 이 당연한 공식을 왜 모르는 거니의 표정을 짓거나, 왜 이해는 안 하고 외우려고만 하니의 표정으로 쳐다봐서 이후 과외는 종료하기로.

아니,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친오빠는 나와 정반대로 과학에 대한 이해가 빨라서 물리나 과학 관련 소설이나 책들이 많았는데, 스티븐 호킹부터 마이클 클라이튼, 은하영웅전설, 카오스 이론 등등 그야말로 시대에 맞는 핫한 작품들은 잔뜩 있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또래 친구들이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있을 때, 나는 SF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이론은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도 소설은 소설이니까.

전략적으로 싸우고, 땅따먹기 싸움하듯 암투가 가득하고, 야망에 가득 찬 인물들이 서로 전쟁하는 작품들이 나는 좋았나 보다.

아무리 문송합니다의 문과생이라고 해도, 영화와 드라마 중 SF 물을 좋아하다 보면 영화상에 등장하는 모든 내용들이 아주 가끔씩은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취미 생활에서도 내가 이런 갭을 느껴야 하나 싶을 때가 최근 들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나 스토리를 중심으로 다뤘지만 그 중심에는 핵심 이론을 다루고 있기에 기초지식이 부족하면 영화나 영상을 이해하는데 많이 난감해진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엔드 오브 타임>이라는 책.

사실 책 두께에서부터 표지를 보는 순간 덜컥 겁부터 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목을 듣는 순간 생각난 게 있었으니, 바로 영국 BBC에서 제작한 장수 인기 SF 드라마인 닥터 후의 크리스마스와 신년 스페셜 에피소드의 제목이 엔드 오브 타임이었다.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 로드이며, 재생성을 통해서 죽지 않고 불멸의 존재인 닥터후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꽤 과학적인 이론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다룬 그 모든 것들이 이 드라마 안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시간 날 때 한번 감상하길 추천해본다. 타임 로드의 시작과 끝, 영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특별 시리즈의 스케일은 몹시 확장되었던 기억이 있다.


엔드 오브 타임을 보면서 맨 처음 떠올랐던 이 작품


시작이 있으면 늘 끝이 있다.

인간의 역사와 시간은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

SF 영화와 드라마들도 그리는 세계도 결국 그렇다.

늘 종말을 향해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종말 속에서 희망을 다루려는 스토리가 많다.

혹은 희망을 찾아왔지만, 그 희망에 철저하게 배신당하는 절망적인 결론을 보면서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과연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해서 절망 속에서 우리는 배회해야 하는 것일까?



근미래의 모습을 이미 꽤 오래전에 거의 비슷하게 그려낸 칠드런 오브 맨을 보면, 현재의 모습과 꽤 많이 닮아있다.

그렇게 종말을 향해가는 인류의 미래는 과연 디스토피아적 모습뿐일까?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마저도 죽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한줄기 기적과도 같이 아이를 임신한 소녀를 끊임없이 지키고, 보호하면서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의 모습, 아이가 지나갈 때 전쟁이 멈춰지는 현상은 종교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기계문명인 사일론의 습격으로 지구가 멸망하자, 최후의 생존자들은 갤럭티카 호에 몸을 싣고, 지구가 아닌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서 떠돌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삼라만상을 그린 인기 리메이크 드라마 시리즈인 배틀스타 갤럭티카에서 온갖 정치적 음모와 절망에 찬 인간들의 폭주, 종교에 매달리기도 하는 모습들은 현생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가볍게 여행 온다는 기분으로 탔던 우주선 여행이 괘도 일탈로 지구를 향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아니아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점차 멀어지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심리 변화와 그로 인한 각종 상황들.

영원히 우주 속에서 떠돌고, 혹은 우주 속에서 탄생하는 세대들이 존재하는 우주선 속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다.

과연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을까.


인간의 존재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을 추구하고 갈망한다.


종말과 시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마약성 약물이지만, 인류가 뇌를 100%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를 상상한 SF 영화 루시.

뇌를 100% 활용한 인간이 최후로 진화한 모습은 과연 어떨까의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SF 드라마로 제작한 유년기의 끝도 인간이 다른 우주에서 온 외계인들에 의해서 진화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 진화의 단계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불안해하면서 거부하는 인간도 있다.

전쟁과 질병, 각종 갈등이 사라진 인간 세상은 온갖 풍요와 함께 그 혜택을 누리는 일만 남았지만, 인간 형태가 아닌 다른 존재로의 전환, 진화가 과연 긍정적인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이 고찰하는 작품이다.



진화와 엔트로피라는 꽤 많이 익숙한 용어도 등장한다. 이 책의 핵심 중 하나인 엔트로피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컨택트.

어느 날 나타난 외계인과 소통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소동과 상황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결국 외계인과의 소통을 통해서 미래까지 보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하다가 시간의 개념을 결국 이해하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미래 기술인 인버전의 개념이 등장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

미래에서 인버전된 무기를 현재로 보내 과거를 파괴할 수 있다는 설정의 영화 속에서는 양자역학, 열역학 등등이 등장하는 가운데 문송합니다의 문과생은 그저 문송할 뿐이다.




모두의 취미 생활이라 생각했던 영화 속에서도 

결국 이런 지식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은 연타가 올때,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만하게 풀어서 해석해주는 책.


책 소개를 하는데 왜 영상물을 소개하는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가끔씩 책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비슷한 상황의 영상물을 보고 책을 읽으면 이해가 갈 때가 있다.

문송합니다의 문과생이기에 이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게 실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분명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비슷한 영상물을 소개해본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섣불리 겁먹지 마시라.

이론서라기보다는 에세이 읽듯이 가볍게 각 파트별로 읽어나갔었다.

읽다가 이해가 안 가면, 관련 영상물을 생각하거나 감상하면서, 이런 이야기구나 이해하시면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시간 날 때 조금씩 읽으면서 정복해보도록 하자.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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