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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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트라우마 극복의 가장 큰 예라고 할 수 있는 겨울 왕국의 엘사. 

(책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를 왜 보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나의 경우 일단 좋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기에, 보고 잘 알리고 싶은 영화나 영상에 대한 리뷰를 쓴다. 사실 책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고, 영화보다는 그림을 더 좋아한다.

영화나 책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면, 그림은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그가 살아온 과정이나 어떤 상황에서 그렸는지 그림 속에 다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렸던 과거가 있기에, 화가의 마음속이 어땠는지 관찰하면서 기분전환을 하기도 한다.

예전엔 영화를 보면서 기분전환이나 치유의 목적으로 보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가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또다시 볼 때, 경험했던 것들이 쌓여서 다르게 보이거나, 과거에 봤을 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 느꼈다. 어떤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상처가 완벽하게 아물었다는 경험을 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기분이 나아지는 건 있을 것이다. 때론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도, 실제 상황에서는 그 감정이 어떤지 알기에 보면서 숨이 막혀오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한동안 비슷한 영화를 비하다가, 시간 지나서 다시 보면서 좀 더 나아진 내 마음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고, 어떤 사람은 더 불쾌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영상화된 누군가의 경험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은 좀 더 제3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의 상처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터득하게 된다.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이 본 영화 속 트라우마를 풀어낸 책이다.

사실 영화 속 주인공 중에 뭔가 문제가 없는 주인공은 거의 없다. 언제나 주인공은 뭔가 문제나 갈등, 사건이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게 주요 줄거리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간을 혼자 보내면서, 위로도 심신의 정비도 셀프로 해야 하는 요즘이라면 책을 통해서 본 영화를 심리학적으로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것인지 분석하면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다.

살짝 가벼울 것이라 생각했던 책은 생각보다 꽤 전문적인 내용도 다루고 있어서, 지극히 짧은 지식으로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2부 아동기 트라우마 부분과 3부 트라우마의 치유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저자가 씨네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목차에 있는 25편의 작품들을 보고 나서다.

어쩜, 저렇게 좋은 작품들만 골라서 작성하셨는지.

1부 트라우마란 무엇인가의 작품들. 러브 액츄얼리가 있는 걸 보고 너무 당황했다.


2부 트라우마 종류와 증상, 전쟁 트라우마/스몰 트라우마와 빅 트라우마/아동기 트라우마


3부 트라우마의 치유,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입니다.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김준기


이 말이 쉽지만 어렵다는 건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대다수의 어린 시절의 좋지 않았던 경험은 내 행동의 제약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서 웬만하면 자동차는 웬만하면 타지 않고, 운전자 옆자리에 잘 앉지 못하는 것, 운전면허증을 따지 못하는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셨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트라우마가 마음속에 존재하는데, 웬만하면 불편한 상황은 피하고 살아왔다. 타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날 잘 알지 못할 사람들에게나 잠깐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가, 이 책 중에서 아동기 트라우마 부분에서 가장 큰 관심과 공감이 갔다.



섣부른 확진의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러브 앤 머시


영화는 행복한 결말이든 슬픈 결말이든 어쨌든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아픔도 고통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악몽 같은 트라우마가 아주 작은 기척에도 되살아나고, 비슷한 환경에 처하기만 해도 당시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이 덮쳐오기도 한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처럼 과연 끝이 있을까 무력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제대로 직면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트라우마는 삶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이 되리라고 믿는다.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김준기


나에게도, 주변에도 쉽게 이렇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저 문장.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지금부터의 삶은 네가 선택할 수 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괜찮아."

트라우마든, 마음의 아픈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영화 굿윌 헌팅 속에서의 로빈 윌리엄스의 저 대사.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속이 많이 차분해졌다.

무엇보다 수치심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 자주 느끼는 부분이어서 더 많이 공감이 갔다.

평소 수치심을 자주 느끼거나, 마음의 방어벽이 큰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치료자를 만나서 마음속 깊은 수치심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굿윌 헌팅


트라우마 하면, 떠오르는 작품 중 하나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이 작품 외에 몇몇 작품들을 보면서, 인간의 생존력이란 생각보다 강하구나라고 생각했다.

살아가기 위해서 너무 큰 상처는 기억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억되는구나 싶었다.

충격적인 결말이 꽤나 슬펐지만, 그래도 그 기억을 마주한 순간 그는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트라우마 기억을 치료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다룬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처음 봤을 때 너무 좋아서, 친구들이랑 보고, 엄마랑도 같이 봤던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이렇게 해석하실 줄이야 놀라웠다. 심리학자의 눈에는 매년 크리스마스면 빠뜨리지 않고 상영해 주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영화를 섞어놓은 옴니버스 작품이 이런 방향으로 볼 수 있구나를 새삼 깨달았달까.

사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구나 트라우마를 하나쯤 지내고 살고 있을 것이고, 가벼운 것부터 일상을 마비시킬 수 있는 깊은 것까지 다양할 것이다.


푸합, 트라우마는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니, 나름 엄마랑 같이 보면서 가장 힐링했던 작품인데 놀라웠다.


트라우마는 어릴 때의 충격적인 경험이 크기에 굉장히 열심히 읽었던 이 책의 부분.

영화들도 개인적으로 3작품 모두 굉장히 가슴 아프게 봤었던 작품들이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받고, 힘든 게 아이들이기도 하기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모른다>의 경우 보면서 상당히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 비슷한 사건이 심각하게 일어나기도 했었기에, 코로나로 인해 소외받는 계층에게 한층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자기 돌봄에 대한 이야기.


파괴적 자아상태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사이코패스의 차이를 다룬 이야기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마지막 3장의 트라우마 치유 이야기들이다.

영화들도 모두 트라우마의 치유 쪽에 초점을 맞춘 내용에 가까운 감동적인 작품들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25편의 작품들 모두 다 주옥같은 작품들이고, 될 수 있으면 작품들을 책과 함께 읽어보기를 바라지만, 시간이 없을 경우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를 선별해서 보길 바란다.

아래의 3작품은 아마도 새해에 감상했었던 작품들이어서 더 좋았다.

아무래도 새해의 시작은 희망차게 치유가 되는 스토리가 더 와닿지 않을까?


너무나 중요한 타당화


연극치료와 사이코드라마에 대해서.


단 한 명의 소중한 사랑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되기 쉬운 요즘이다.

슬픔도 비극도 너무나 일상이 되고, 아침과 뉴스에서 보도되는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의 숫자는 뭔가 철창 없는 감옥에 갇혀서 카운트다운을 듣는 기분이다.

작은 한마디에도, 또는 사건에도 쉽게 기분이 다운되고, 부서지기 쉬운 쿠쿠 다스 멘탈이 되는 최근.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영화와 함께 내면 여행을 떠나보자.

아픔이 덜해진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기분은 조금쯤 나아지고, 잠깐 나아진 기분으로 무언가 하나씩 할 때마다 다시 우리는 한 발자국씩 걷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아픔과 함께할 수 있는 일상을 가져오긴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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