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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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은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나의 정의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바꿔놓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정의가 항상 옳은 것인가? 옳은 것이 항상 도덕적인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어서 신선했달까? 인문학 분야나 철학 분야의 책들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인지 열심히 피해 다녔던 분야였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만큼은 굉장히 잘 읽혔던 기억이 있다.

국내에서 이 책으로 인문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부문 1위를 했던 만큼 그의 저서는 국내에 꽤 많이 소개되었다.



와이즈베리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들.


그러던 그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례없는 상황과 비극을 맞고 있는 국가와 사람들 간에 싹트는 불평등과 분쟁의 근원적 원인에 대해서 날카롭게 살펴본다. 그동안 미국을 유지하고 있었던 아메리칸드림의 신화가 어떻게 포장되고 무너져왔는지에 대해서, 그렇게 사회적 결속력과 존중의 힘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서 보여준다.



도덕적 차원에서, 이러한 팬데믹은 우리의 상호의존성으로 인한 취약성을 상기시켰다.

분리를 통한 단결이라는 도덕적 모순은 "우리는 모두 함께입니다'라는 구호의 공허함에서 가장 돋보였다. 그것은 상호 간 책임을 실천하고 공통의 희생을 감수하며 나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예상을 뒤엎는 불평등과 정당 사이의 알력이 불거졌다.


- 공정하다는 착각 / 들어가며 19p



힘겨운 국가적 위기 앞에서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합하고 단결할 줄 알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일탈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과 기업들과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벌어지는 정부 지원의 선별 지원과 균등 지원을 두고 여야 간에 의견이 첨예했었다.

당장 취약한 계층을 먼저 선별 지원하는 게 공정한가, 그렇지 않은가. 모든 국민들에게 균일하고 일정하게 주어지는 지원은 과연 공정한가. 사실 책을 읽으면서, 최근 상황들을 많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능력주의가 공정한가에 대한 문제가 가장 먼저 부각되는 건 역시 대학입시 문제


가장 민감한 사회적 화두이며,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첫 관문인 대학 입시로부터 시작하는 책은 7가지 챕터에 걸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정함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익히 알려진 부모를 잘 둔 기부금 입학과 부정 입학 외의 정당하게 치러진 입시로 선발되는 것 자체가 공정한 것인지를 말이다.

과연 과정 안에서는 공정하게 선발되는 것인가.

영화를 보거나 실제로 겪은 사회상에서의 실제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지난 세월을 생각해봐도, 좋은 대학을 가려면 일단 사는 지역 자체가 8학군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 놀랍도록 비슷한 환경 속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녔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넘어가기 직전에 같이 학원을 다녔던 친구에게 들었던, "넌 아직도 be 동사를 모르니?"라는 말은 가슴속에 깊은 상처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몰래 미리 영어공부를 따로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be 동사가 아니더라도 이미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교 시절 동안, 쉬는 시간에 영어 교육을 미리 해줬었다.

알게 모르게 아이들은 학원을 기본으로 음악, 미술, 속셈, 영어 학원 정도는 다녔었고, 방문 교습도 같이 받았었다. 같은 단지 내에서 어울렸던 친구들의 수준이 고만고만했다는 건, 초등학교 친구들이 대다수 가는 중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면서 첫날 느꼈던 아이들의 다른 분위기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 다시 8학군 안에 들어가는 고등학교의 분위기 속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갔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환경은 운도 존재하지만, 그 운도 거저 오지 않는다.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과 재력에 의해서 사는 곳과 수준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접하는 정보나 교육의 기회가 너무나 천차만별이다. 공정한 교육의 기회라고 하지만, 그게 입시 현장에서 얼마나 허황된 말인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그리고 갈수록 그 격차는 심해지고, 상위 몇 퍼센트만이 그 특권을 누리고 그것이 당연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스펙과 능력을 갖췄음에도 부모 세대보다 더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세대인 것이다.


더 이상 아메리칸드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입시로 시작된 이야기는 승자와 패자에 대한 능력주의적 시각이 포퓰리즘적 불만과 사회적 불평등을 얼마나 심화시켰는지 과거 트럼프와 힐러리 선거 상황에서, 힐러리가 어떤 상황을 야기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서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었는지도 보여준다.

하루아침에 온 상황이 아니었고, 이미 사회적 불만 상황은 이미 예전부터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지난 40년 동안 능력주의를 어떻게 잘 포장해오면서 불평등을 심화시켜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오는 불황과 질병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기보다 각국의 이익을 내세우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정치인들이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를 어떻게 잘 포장해서 사용해왔는지 보여준다.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에 더욱더 공감하게 된다. 선악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영화 속 빌런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으로 오히려 그를 동정하게 된다.

스마트함으로 포장되는 능력주의적 단어들이 은연중에 사회 깊숙하게 스며든다.

사회적 상승을 어떤 말로 포장해왔는지, 사회를 지배하는 학력주의, 성공의 윤리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이야기한다.



윤리적 옳음보다 스마트한 게 백 배 낫다.


- 공정하다는 착각

윤리적 옳음보다 스마트함이 낫고,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능력주의적 사고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자에게는 자신만의 힘으로 이뤄냈다는 오만과 자만심을, 실패한 자에게는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서 다다르지 못했다는 패배감을 선사해 준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게 된 불평등을 개인의 탓으로 미루게 된다.

얼마 전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공개된 힐빌리의 노래라는 영화를 보아도 그렇다.

겉보기엔 동등한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간신히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주인공이 로펌 인턴 과정의 면접을 기회로 할 수 있는 저녁 만찬에 초대되었을 때의 상황을 보자.

주변에서 대화로 나누는 주제나 언어 자체가 다르다. 대화나 옷차림, 식사 매너 등으로 이미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고, 집안이 얼마나 부유하고, 잘 교육받았는지 나타난다.

아무리 현재 좋은 교육을 받았어도, 그가 자라온 환경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맨 처음 저녁 만찬에서 주인공이 느꼈던 좌절감과 당혹감을 보면 과연 이 경쟁 자체가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능력주의의 어두운 면과 인재 선별기가 되어버린 대학교육은 일의 존엄성을 

해치게 된다.


미국의 민낯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트럼프 정권에서 모습들,

현재의 위기 속에서 사회적 연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저자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가 더욱더 심해지고 있기에, 계층 간 갈등이나 불평등의 심화가 가져오는 문제를 그린 영화들이 주요 영화제에서 많이 보이고 있다.

특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국경분쟁, 종교와 인종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남미 지역과 미국의 민낯을 그린 작품들 속의 모습에서 참혹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팬데믹 현상으로 점차 단절되고, 분리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재와 앞으로 다가올 위기 속에서 능력주의로 풀어진 사회적 유대와 연대를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백신 개발과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상황 속에서 개인보다 집단을, 공존과 생존을 위해서 협력해가는 미래를 책을 읽으면서 꿈꿔본다. 확진자가 다시 상승세 하는 요즘, 현재 왜 이런 상황이 오게 되었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분석하는 이 책을 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생각해보아야겠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의 차는 오래된 화두이기도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불평등에 대한 주제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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